'세기의 딜'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한 것은 네이버의 이해진 GIO와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이다. 그리고 재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예견된 운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이해진 86학번, 송치형 98학번)라는 강력한 학연과, 개발자 출신 창업가라는 공통된 '엔지니어 DNA'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진 GIO는 평소 주변에 "네이버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론을 설파해왔다. 나아가 내수 시장에 갇힌 네이버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 개척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주 사우디 리야드에서 마지드 알호가일 장관을 만난 이 의장이 이례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언급한 것은 이번 합병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로 평가된다.
나아가 사우디의 스마트시티 '네옴시티'에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깔고, 그 위에서 통용될 화폐 및 금융 시스템을 두나무와 함께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그리고 이 의장에게 송치형 회장은 단순한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자신의 글로벌 비전을 기술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 줄 수 있는 확실한 러닝메이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의장이 송 회장의 기술적 식견과 사업적 배짱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며 "사석에서는 편하게 형, 동생 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고 전했다.

한편 송치형 회장에게 이번 합병은 커밍아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도 극도로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오는 27일 합병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행보다.
송 회장이 느끼는 절박함을 방증한다. 그는 평소 "가상자산은 투기가 아닌 기술"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네이버와의 합병은 그가 만든 두나무가 '도박판'이라는 오명을 벗고 제도권 금융의 중심부로 진입한다는 선언이자, 자신 또한 어둠의 영역이 아닌 양지의 경영자로 인정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의 멘토링과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송치형 회장은 이제 네이버 그룹의 2인자이자 핀테크 부문의 실질적 수장으로 데뷔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네이버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송 회장이 이해진 의장의 뒤를 잇는 차세대 리더십 그룹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86학번 선배와 98학번 후배의 의기투합이 한국 IT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