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플랫폼에서 마주하는 어색한 번역은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꺾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상품의 설명이 현지 정서에 닿지 않거나 기계적인 단어 나열에 그칠 때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한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AI 기술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언어 장벽을 완벽히 허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글로벌 여행 및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Klook)이 이러한 언어적 디테일을 잡기 위해 학계와 손을 잡았다.

클룩은 2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AI융합대학(이하 한국외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AI 번역 기술 고도화를 위한 산학협력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다. 클룩이 보유한 방대한 글로벌 여행 데이터와 한국외대의 강점인 언어학적 지식, AI 연구 역량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양측은 내년 말까지 협력을 이어가며 AI 번역 프롬프트를 정교화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보편화되었지만 여행업 특유의 감성과 현지 문화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튜닝된 명령어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A언어를 B언어로 바꾸는 차원을 넘어 여행지의 분위기와 상품의 매력을 현지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문맥을 다듬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클룩은 번역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 시장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익스피디아나 부킹홀딩스 등 글로벌 경쟁사들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한 여행 일정 추천이나 챗봇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룩은 번역의 질을 높이는 '현지화(Localization)'에 집중하며 사용자 경험(UX)의 본질적인 개선을 꾀하고 있다. 기술의 화려함보다는 소비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정확도와 감성에 투자를 집중하는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학생들도 직접 참여한다. 클룩은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인턴십과 워크숍,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강의실 이론을 넘어 실제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서비스에 적용하는지 경험하게 된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외국어 전공자들이 AI 기술을 접목해 실무 역량을 키우는 융합형 인재 양성의 장이 될 전망이다.

클룩 측은 이번 협력이 한국 AI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언어 데이터와 AI 기술이 결합된 산학협력 모델은 국내 스타트업이나 IT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은 "클룩은 여행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AI를 중심으로 한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AI 인재들이 실무 경험을 쌓는 동시에, 클룩의 번역 및 현지화 기술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