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며 쪼개지고 있다. 기업들의 핵심 업무 권역인 서울 오피스 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성지였던 지식산업센터는 기약 없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낙관론은 빗나갔고 자산의 본질적 가치에 따라 시장이 재편되는 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 리서치센터는 2025년 3분기 오피스·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 리포트를 21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데이터는 단순히 수치의 나열이 아닌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팬데믹 이후 유동성의 힘으로 동반 상승했던 두 자산군이 이제는 각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서울과 분당 권역의 오피스 매매지수는 3분기 기준 504.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5퍼센트 상승한 수치다. 2001년 1분기를 100으로 잡았을 때 5배가 넘게 성장했다는 의미다. 시장은 2022년 고점을 찍은 후 이어진 가격 정체 국면을 뚫고 완연한 상승 궤도에 진입했다.
거래 규모를 살펴보면 시장의 활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2025년 들어 3분기까지 누적된 오피스 거래액은 15조10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저점이었던 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바닥을 확실히 다지고 올라온 셈이다. 2024년 13조5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전체 거래량은 팬데믹 이전 호황기 수준을 회복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이는 강남과 여의도 등 핵심 권역의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자연공실률 수준을 유지하며 임대 수익의 안정성이 확보된 덕분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서 프라임 오피스의 가치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반면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며 저금리 시기 소액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3분기 매매지수는 192.2포인트로 전분기보다 1.5퍼센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8퍼센트나 빠졌다. 2022년 2분기 고점과 비교하면 약 25퍼센트 폭락한 뒤 바닥권에서 횡보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유동성 잔치가 끝난 후의 청구서라고 분석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주택 규제를 피해 몰려들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거품이 걷히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진행 중이다. 알스퀘어 측은 2020~2022년 저금리·주택규제 환경 속에서 소액투자 수요가 몰리며 형성됐던 과열 분위기가 해소되는 과정이라 진단했다. 실수요보다 투자수요 비중이 높았던 특성상 가격 변동성도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수도권 외곽 지역의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이 급증하고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이번 리포트에서 주목할 점은 금리와 자산 가격의 상관관계다. 오피스 매매가격과 금리의 장기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62로 나타났다.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는 역상관 관계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오피스 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한 이유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는 금리보다 투자 심리와 규제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금리 인하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 지표인 캡레이트 분석에서도 오피스 시장의 매력이 부각된다. 서울 오피스 캡레이트는 2001년 12.8퍼센트에서 올해 3분기 4.0퍼센트까지 낮아졌다.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138bp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치인 172에서 334bp를 밑돌고 있다. 이는 추가적인 자본환원율 축소 여지는 적지만 가격이 급등하기보다는 펀더멘털에 기초해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거처럼 묻지마 투자가 아닌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 시장은 가격과 거래 모두에서 회복 신호가 명확해 상승 흐름이 점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면 지산은 고점 대비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뒤 바닥권에 머무르는 추세다. 단기 반등보다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피스와 지산의 디커플링이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자산군별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황을 종합해보면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과거 유동성에 기댄 시세 차익형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임대 수익의 안정성과 자산의 희소성에 기반한 가치 투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피스의 부활과 지식산업센터의 침체는 단순한 등락을 넘어 한국 부동산 시장이 선진국형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이자 변화의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