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 행사의 일환으로 공개된 엔지니어링 랩(Lab)에 들어서자 수십 대의 로봇팔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어떤 로봇은 노트북을 끊임없이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또 다른 로봇은 키보드의 특정 버튼을 기계적인 리듬으로 누르고 있었다. 얼핏 보면 제품의 내구성을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현장처럼 보였으나, 이곳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밀란 플라브시치(Milan Plavsich) 퀄컴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이곳은 제품 출시 전 최종 단계의 테스팅을 거치는 환경"이라며 "단순히 기계적인 작동 여부를 넘어, 사용자의 실제 사용 사례(Real-world cases)를 그대로 구현해 검증한다"고 소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하드웨어 및 로봇 자동화 테스트 구역이었다. 로봇이 노트북 상판을 여닫는 행위는 경첩의 튼튼함을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화면이 켜지고 시스템이 구동되는 그 짧은 순간, 전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모되는지를 0.0001초 단위로 측정하기 위함이다.
플라브시치 부사장은 "로봇이 물리 키 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을 여닫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력 변화와 효율성을 측정 중인 것"이라며 "모든 공정은 100% 자동화되어 있어, 테스트 중 아주 작은 오류라도 발생하면 즉시 담당 팀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전송돼 원인을 분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샌디에이고 본사의 이 랩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거점에서 글로벌 조직을 운영하며 시차 없는 24시간 테스트 체제를 갖추고 있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가 탑재된 PC가 소비자의 손에 닿기 전, 지구촌 곳곳에서 수만 번의 담금질을 거치는 셈이다.
이어 방문한 '카메라 테스트 랩'에서는 스냅드래곤 플랫폼 기반의 PC와 모바일 기기에 대한 영상 품질 검증이 한창이었다. 안면 인식 기능을 포함해 화상 회의, 동영상 촬영 등 카메라가 활용되는 모든 환경을 시뮬레이션한다. 빛이 거의 없는 저조도 환경이나 역광 상황 등 다양한 조건에서 스냅드래곤의 ISP(이미지신호처리장치)와 NPU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날 랩 투어의 대미는 기기 간의 경계를 허무는 '연결성(Connectivity)' 시연이 장식했다.
루이스 메이야(Luis Mejia) 퀄컴 스태프 엔지니어는 '멀티 디바이스 크로스 플랫폼' 기술을 시연하며 스냅드래곤 생태계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메이야 엔지니어가 스마트폰을 조작하자 옆에 있던 노트북 화면에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공유됐다. 단순한 미러링을 넘어, PC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스마트폰을 제어하고 파일을 드래그 앤 드롭으로 옮기는 등 유기적인 연동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는 "모바일에서 PC로, 다시 PC에서 모바일로 끊김 없이 작업이 이어지는 것이 스냅드래곤이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이라며 "운영체제(OS)가 달라도 스냅드래곤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기기들은 하나의 몸처럼 작동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