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판타지 세계관이 지배하던 ‘아덴 월드’에 난데없이 기계 공룡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검과 마법이 부딪히던 전장에 최첨단 기계 문명의 상징인 ‘썬더죠’가 등장하고 활시위가 당겨진다. 이질적이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풍경은 엔씨소프트가 던진 새로운 글로벌 전략의 단면이다.

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 박병무)는 20일 자사 MMORPG ‘리니지W’와 ‘호라이즌 제로 던 리마스터’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인기 캐릭터를 차용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장르와 플랫폼을 보유한 두 거대 IP(지식재산권)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끈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자회사 게릴라가 개발한 오픈월드 액션 RPG다. 대자연과 기계가 공존하는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프랜차이즈이며 지난 2024년 10월 31일 출시된 리마스터 에디션으로 그래픽 기술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니지W가 이토록 강력한 서구권 콘솔 IP와 손을 잡은 배경에는 글로벌 이용자 층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리니지 특유의 하드코어한 문법에 익숙한 기존 이용자에게는 시각적 신선함을 제공하고 호라이즌 제로 던의 팬덤을 리니지W의 세계로 유입시키려는 의도다. 이는 최근 게임 시장에서 장르와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크로스오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 등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이 외부 IP 수혈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트래픽을 유지하는 방식을 리니지W 식으 로 해석한 셈이다.

이번 협업으로 리니지W 이용자는 호라이즌 제로 던의 주인공 ‘에일로이’로 변신해 전장을 누빌 수 있게 됐다. 대표 몬스터인 ‘와쳐’는 마법인형으로 구현돼 이용자를 따라다닌다. 원작에서 에일로이의 상징과도 같은 장비 ‘포커스’ 역시 리니지W의 이벤트 장비로 등장해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2월 3일까지 3종의 이벤트를 통해 몰입도를 높인다. 이용자는 ‘기계가 된 마법인형’ 이벤트를 통해 필드 곳곳에 출몰하는 와쳐 브로드헤드 썬더죠 등 기계수들을 사냥하고 보상으로 ‘금속 샤드’를 획득할 수 있다. 이 금속 샤드는 에일로이 변신 스킨 카드나 와쳐 마법인형 스킨 카드 등으로 교환 가능한 핵심 재화다.

사진=엔씨
사진=엔씨

던전 콘텐츠도 협업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다. 이벤트 기간 열리는 ‘침략당한 거인의 협곡’ 던전에서는 잠입 액션의 묘미를 살렸다. 이용자는 와쳐의 감시망을 피해 브로드헤드를 사냥하고 여기서 얻은 ‘기계 코어’로 강력한 몬스터인 썬더죠를 유인해 처치해야 한다. 단순 사냥을 반복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작 게임의 특징인 ‘사냥과 전략’의 재미를 MMORPG 환경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매일 2회 ‘스페셜 푸시’를 통해 금속 샤드와 스펠 코인 상자 등을 지급하며 이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W는 출시 이후 꾸준히 글로벌 IP와의 협업을 모색해왔다”며 “이번 호라이즌 제로 던과의 만남은 리니지W가 가진 확장성을 증명하고 서구권 유저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리니지W의 콘텐츠 볼륨을 키우는 동시에 장기적인 서비스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아덴의 기사들이 기계 공룡을 사냥하는 이 이색적인 풍경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