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과 카드사의 관심 밖 영역이었던 화물 운송 시장이 핀테크 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고정 지출 규모는 크지만 금융 이력이 부족해 소외받았던 화물차주들을 제도권 금융 서비스 안으로 끌어들여 틈새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 코나아이는 화물운송 플랫폼 원콜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화물차주 맞춤형 금융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제휴를 넘어 특수 고용직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핀테크의 버티컬(Vertical)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화물차주는 대부분 1인 사업자나 영세 자영업자 형태를 띤다. 매달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보험료 등으로 수백만원의 고정 비용을 지출하는 '큰 손'이지만 불규칙한 소득 증빙과 특수한 업무 환경 탓에 일반 금융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코나아이는 이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내년 1분기 화물차주 전용 '코나카드'를 시장에 내놓는다. 원콜 회원들을 1차 타깃으로 삼아 충성 고객을 확보한 뒤 이를 발판으로 전체 화물차주 시장으로 세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새로 출시될 카드에는 화물차주들의 운행 패턴과 소비 성향이 철저히 반영된다. 주유 할인이나 정비 혜택 등 업무와 직결된 서비스를 탑재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선 업무 필수재로 포지셔닝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코나아이는 화물차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특화 제휴처를 물색 중이다.

파트너로 낙점된 원콜은 국내 화물운송 플랫폼 업계 2위 기업이다. 매일 4만명이 넘는 화물차주가 일감을 찾기 위해 접속하며 약 5만명의 회원과 6000여개의 운송·주선사가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최근 3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알짜 기업이기도 하다. 코나아이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구매력 있는 5만명의 잠재 고객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뚫은 셈이다.

사진=회사 제공
사진=회사 제공

업계에서는 이번 결합을 플랫폼 경쟁력과 금융 솔루션의 시너지로 해석한다. 원콜은 회원들에게 금융 혜택이라는 강력한 락인(Lock-in) 기제를 제공해 플랫폼 이탈을 막고 코나아이는 확실한 사용처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결제 거래액(TPV)을 늘리는 상호 윈-윈 구조다. 적재물 보험 무료 제공 등으로 안전망을 구축해 온 원콜이 금융 서비스까지 장착하며 '토탈 케어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하는 점도 주목된다.

김상중 코나아이 결제플랫폼 사업실장은 “원콜과의 협력을 통해 화물운송 산업 내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화물운송플랫폼 이용자들의 금융 경험을 극대화하고 양사의 고객을 락인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준호 원콜 사업담당 이사는 "적재물 보험 무료 제공 등으로 화물차주의 운송 안전망을 구축해온 데 이어 이번 코나아이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 혜택까지 제공하게 됐다"며 "화물차주 분들의 토탈 케어 파트너로서 회원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