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값이 11월 들어 올해 최고 평균 매매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11월(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5억596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월별 평균 매매가로, 10월(12억2625만원)이나 9월(12억1087만원)과 비교해도 3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인기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상승 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가 단지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형성되면서 전체 평균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세…보유세 강화안 나오나

정치권에선 대책 이후 후속 규제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 등의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과거 세 부담 확대가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렸던 만큼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3일 부동산 가격 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율)을 현행 69%로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4년 연속 69%로 적용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면서도 점진적인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공청회에서 국민 수용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결과, 공시가격의 조정 속도는 전년 공시가격의 1.5% 이내가 적정하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 기준은 물론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산정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다만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동결하더라도 서울 강남 3구와 ‘한강벨트’ 내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는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올 들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 11월 둘째 주(11월 1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7.27%를 기록했다. 송파구가 올해 17.9%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을 보였고 성동구(16.46%), 마포구(12.67%), 서초구(12.2%), 강남구(11.9%)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토부가 1가구 1주택 기준으로 내년 서울 주요 단지의 공시가격(올해 1월 기준 시세 변동률 적용)과 보유세액을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면적 111㎡의 내년 공시가격은 43억7800만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2647만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비 각각 25.9%, 42.5% 증가한 수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78㎡의 내년 공시가격은 32억8400만원, 보유세는 1599만원으로 올해 대비 각각 20.6%, 32.8% 오른다.

이는 정부와 여당과의 보유세를 둘러싼 인식이 엇갈리고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3중 규제’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까지 확산하면서 정부가 부동산 세제 정책 전반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세 부담 늘리면 집값 잡히나”…보유세 인상에 신중론

시장에서는 현실화율 동결만으로는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통한 세 부담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 완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택 매매가격을 인상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시세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도별-시세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집값 오름세를 다소 누그러뜨렸지만 여전히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후속 규제로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꺼낼 가능성이 꼽히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0·15 대책 발표 당일 삼프로TV 인터뷰에서 "세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보유세가 낮은 건 분명한 사실이고, 부동산의 안정적 관리에서 세제가 빠질 수 없다"며 "취득·보유·양도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증세를 검토하는 것인지 묻자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한 정책은 세제와 공급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부동산 세제 개편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중과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이후에도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던 경험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전례로 인해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볼 때 거래세 강화와 매물 출회 증가, 주택가격 안정 간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세제 합리화의 방향 설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어느정도 오르는 시기에는 정부의 규제가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렵긴 하다"며 "보유세를 올리는 정책의 기대효과는 결국 내가 보유하고 있는 비용이 너무 비싸면 매물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오고 그러면 수요보다 매물이 공급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런데 매물을 내놓는다는 건 매도를 하고 거래가 발생하는거니까 거래세 부담(매도 비용)이 있다"며 "그러면 이익형량을 해볼때 매도 비용이 보유 비용보다 높으면 보유세가 늘어나도 안 팔고 계속 버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보유세를 올리려면 실제로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게 하려면 거래 비용도 낮춰줘야 가능하다"며 "근데 거래 비용은 낮추지 않고 보유 비용만 높이다 보면 매물이 안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 정부에서는 거래세를 낮출 의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자 감세 논란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 정책의 오랜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