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하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는 거래가 늘며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수요가 인접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효력이 발효된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1640건에 그쳤다. 규제 전 같은 기간(1~19일) 신고된 매매 건수가 729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선 매매 거래 시 지자체 허가를 거쳐야 하고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가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됐다.

규제 시행 이후 거래는 기존 규제지역에서 주로 이뤄졌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거래가 590건으로 전체의 76.7%를 차지했다. 이전부터 규제를 받아온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대출규제 영향을 덜 받는 자산가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기의 경우 규제지역으로 묶인 과천과 하남,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등 5곳은 아예 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규제에도 풍선효과 조짐

업계에서는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은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한 반면, 규제를 비껴간 지역에서는 상승폭이 커지며 풍선효과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비규제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추이. 사진=한국부동산원
주요 비규제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추이. 사진=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 11월 둘째 주(11월 1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7%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20일 0.50%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0.23%, 0.19%에 이어 3주째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를 빗겨간 수도권 주요 지역은 상승폭이 확대됐다. 동탄이 속한 경기도 화성시(0.25%) 아파트 매매가격은 규제 직후 하락세를 멈춘 후 4주 연속 오름세다. 수원시 권선구(0.13%→0.21%)와 용인시 기흥구(0.21%→0.30%)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구리시(0.52%→0.33%)는 직전주 대비 0.19%포인트 축소됐으나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비규제 지역 거래량도 늘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이후 20일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716건으로 대책 전 20일(1만5412건) 대비 43%가량 줄었다. 이 중 서울과 경기 12개 규제지역에서는 1만242건에서 2424건으로 76% 급감한 반면, 비규제지역은 5170건에서 6292건으로 22% 증가했다.

특히 규제지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거래가 몰렸다. 수원시에서 유일하게 규제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권선구는 거래량이 73%(143→247건)나 증가하며 비규제지역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가 강화된 지역에서는 자금 부담이 커진 반면, 비규제지역은 이를 피한 수요가 몰리며 단기적인 불균형이 나타나는 양상"이라며 "이처럼 정책의 여파가 지역별로 엇갈리면서 시장은 당분간 규제와 자금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조정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 대책 전후 매매거래량 비교. 사진=직방
수도권 비규제지역 대책 전후 매매거래량 비교. 사진=직방

국토장관 “풍선효과 우려…추가 지정 검토”

국토부는 10·15 대책 발표 당시 비규제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규모 규제지역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15 대책이 시행된지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규제 여파로 수요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규제지역을 조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시장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어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현재 화성이나 구리 지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풍선효과 인해 상승할 우려가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일부 규제지역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장 상황에 대응해 정부 시책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규제지역은 대출·세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큼 실수요자들이 이동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값을 잡기 위해 8·2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주변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정부는 추가 규제를 거듭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규제지역에서는 대출이 제한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없다 보니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원 팔달·장안·영통구가 규제로 묶이니까 수원 권선구나 용인 기흥구 흥덕 등이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풍선효과는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 했는데 규제하면 또 규제가 아닌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