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아드레노(Adreno) X2 GPU의 강력함은 단순히 2.3배 빠른 속도나 슬라이스라는 독특한 아키텍처에만 있지 않다. 11일(현지시간) 스냅드래곤 X 딥다이브에서 에릭 데머스 퀄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강조한 또 다른 축은 바로 스마트한 메모리 구조와 완전한 기능 지원, 그리고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PC 플랫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소프트웨어 호환성 전쟁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21MB 'HPM', DRAM 대역폭 40% 절감의 비결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은 아드레노 고성능 메모리(HPM)다. 데머스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항상 메모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로 모바일 환경에서의 타일링을 위한 것이었다"라며 "아드레노 X2의 HPM은 전체 렌더 타겟을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메모리로 진화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용량은 21 메가바이트(MB)에 달한다. 4개의 슬라이스에, 각각의 슬라이스당 5.25 메가바이트씩 분산 배치되어 있으며 내부적으로 슬라이스당 1 테라바이트(TB/s)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ROP나 Z 비교 같은 백엔드 작업을 무리없이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HPM은 단순한 캐시가 아니다. 데머스 수석 부사장은 "범용 메모리이므로 셰이더에서 로드/스토어(load/store)를 수행할 수 있다"면서 "GPU가 렌더링을 HPM에 수행한 뒤, GPU를 떠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HPM에서 후처리(post processing)까지 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크래치 패드(scratch pad)와 캐시(cache)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며 소프트웨어 제어 아래에 있다.

그 진정한 가치는 GPU에서 대규모 메모리 대역폭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스템 메모리(DRAM) 접근을 최소화함으로써 전력을 절약하고 실질적인 성능을 높이는, 퀄컴의 '효율 DNA'가 집약된 설계라는 평가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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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12 Ultimate 완전 지원, '하드웨어' 레이 트레이싱
PC 게이밍 시장에서 성능만큼 중요한 것은 기능 지원이다. 데머스 부사장은 "기능도 성능만큼 중요하다"며 "우리는 DX 12.2 Ultimate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실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DXR 1.1(레이 트레이싱), 메시 셰이딩, VRS(가변 레이트 셰이딩), 샘플러 피드백 등 현세대 PC 게임의 핵심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레이 트레이싱(RT)은 X1 시절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그는 "X1의 경우 개발 측면에서 레이 쿼리(Ray query) 방식이었지만 그 접근 방식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서 "특히 바운딩 박스 자체를 순회하는 것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아드레노 X2는 이 문제를 '하드웨어'로 해결했다. 그는 "푸시/팝(push/pop)을 포함한 트리 순회 하드웨어를 탑재해 바운딩 볼륨(BVH) 순회 작업을 셰이더 외부의 전용 하드웨어에서 수행하도록 했다"면서 "이는 16개로 늘어난 RTU 유닛과 결합해 내장 GPU의 보다 일반적인 사용 사례에서 좋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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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뮬레이션이 아니다, 네이티브 성능"
하드웨어가 아무리 강력해도 소프트웨어가 발목을 잡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ARM 기반 윈도우 PC의 최대 난제는 x86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즉 '에뮬레이션'이다.

데머스 수석 부사장은 이색적인 접근을 보여줬다. 그는 "에뮬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면서 "윈도우 OS는 모두 네이티브이며 심지어 전체 DX 드라이버도 모두 네이티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어나는 유일한 일은 CPU 명령어의 실시간 번역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뮬레이션의 개념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이는 프리즘(Prism) 에뮬레이터의 성능에 대한 퀄컴의 강력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게임들은 60 FPS 이상으로 정말 놀랍도록 잘 실행되고 있다"는 데머스 수석 부사장 발언의 행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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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 안티 치트, 정면 돌파 선언
x86 호환성보다 더 심각했던 문제는 '안티 치트(anti-cheat)'다. 데머스 부사장은 "전작 출시 당시 안티 치트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법은 협동에서 나왔다. 에픽(Epic)과의 협력 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결과 에필은 최근 'Easy Anti-Cheat'를 지원하겠다고 공개 발표한 상태다. 포트나이트(Fortnite)의 ARM 버전도 무사히 등판했다. 데메스 수석 부사장은 "퀄컴은 주요 안티 치트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X2가 시장에 출시될 시점에는 대다수 안티 치트 솔루션이 네이티브 ARM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PC 게이머들에게 민감한 또 다른 문제, '드라이버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분기별 출시를 목표로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적으로는 월간 기준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냅드래곤 컨트롤 패널(Snapdragon Control Panel)도 출시했다. 드라이버 업데이트가 있으면 알려주고, 가져와서 설치한다는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프로파일, 즉 게임별 설정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