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희망스튜디오
사진=희망스튜디오

게임 스트리머들이 소외 아동들과 함께 합창 콘서트를 준비한다. 강원도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지역 곳곳을 여행하며 꿈을 키운다. 인기 게임 성우는 희귀난치성 환아들의 소원을 자신의 목소리로 전한다. 게임으로 모인 이들이 게임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자 한다.

스마일게이트의 사회공헌재단 희망스튜디오 이야기다. 미래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결성한 플랫폼이다. 꾸준한 펀딩과 봉사활동 프로젝트, 사회공헌 파트너십 등을 이어오고 있다.

희망스튜디오의 다양한 펀딩 프로젝트. 사진=희망스튜디오
희망스튜디오의 다양한 펀딩 프로젝트. 사진=희망스튜디오

희망스튜디오가 지난 14일 지스타 2025에서 ‘2025 플레이 펀앤굿’ 포럼을 개최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티’, 한재영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이사 등 스트리머와 제작자, 업계 관계자가 모여 희망스튜디오와 게임을 통한 사회공헌 경험을 공유했다.

각 사례의 공통점은 ‘팬의 참여’다. 단순 일방적 기부나 봉사로 끝나는 전통적 사회공헌이 아닌, 참여자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면서 만족감과 참여 욕구를 증진한다. 비단 물질적 대가에만 국한하는 것인 정신적 성취감도 포함된다. 미션을 완수하면 리워드가 따라오는 게임 시스템을 닮았다. 그래서 ‘팬트리뷰션(팬+참여)’다.

권연주 희망스튜디오 이사가 희망스튜디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권연주 희망스튜디오 이사가 희망스튜디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권연주 희망스튜디오 이사는 플레이 펀앤굿 포럼에서 “사회 문제라는 어려워 보이는 주제도 게임처럼 좀 더 재미있게 풀어 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며 “콘텐츠를 창작하는 사람들로서 사회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망스튜디오 홈페이지에서 현재 추진 중인 펀딩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각 프로그램의 내용이 굉장히 다양하고 세부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소외 아동 돕기’, ‘노숙인 주거 지원’ 등 포괄적인 펀딩이 아니다. 모든 펀딩 프로그램에 ‘서사’를 부여한다.

한 예로 로스트아크 유명 이모티콘 작가 ‘또리콩’과 함께하는 ‘그려요! 진짜 나 다운 미래’ 펀딩은 자퇴와 미진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모티콘 작가로서 학교 밖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청소년들이 나만의 이모티콘을 제작하고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소외된 청소년들이 나다움을 발견하고 삶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순 금전적 지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핵심은 펀딩 주체와 참여자의 유기적 연결이다. 또리콩 작가는 직접 재능을 기부한다. 기부자들은 저금통 형태의 모금함 ‘기부 저금통’을 통해 이모티콘 창작 활동 교육비를 지원한다. 희망스튜디오는 이들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이를 통해 창작을 배우고 스스로가 소외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특히 기부자들은 또리콩이 직접 제작한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기부뱃지, 캐릭터 키링, 캐릭터 아크릴 코스터 등 특별한 보상도 얻을 수 있다.

인기 이모티콘 작가 또리콩과 함께한 재능 기부 펀딩.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나만의 이모티콘 제작을 교육하고 사회 적응을 돕는다. 사진=희망스튜디오
인기 이모티콘 작가 또리콩과 함께한 재능 기부 펀딩.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나만의 이모티콘 제작을 교육하고 사회 적응을 돕는다. 사진=희망스튜디오

게이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기 게임 스트리머들이 펀딩에 함께하기도 한다. ‘신선한망치’, ‘선짱’, ‘곰캐’ 등 로스트아크 유명 스트리머들은 현재 ‘희망을 노래하는 기적의 무대’ 펀딩에 참여 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소외계층 아동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노래하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12월 콘서트 개최가 목표다. 스트리머들은 직접 아이들과 함께하며 음악교육을 지원하고 공연을 기획한다.

역시 스트리머 팬들을 위한 특별 온오프라인 보상이 지급된다. 또리콩 작가 이모티콘이 그려진 마우스패드와 장패드도 함께다. 모두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로스트아크를 공통 분모로 모인 만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펀딩보다 참여율이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게임사의 사회공헌 재단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펀딩 방식인 셈이다.

이밖에도 희망스튜디오는 펀딩 참여 과정 전반에 걸쳐 게임적 요소를 넣어놨다. 참여자 레벨 제도가 대표적이다. 희망스튜디오 회원가입 후 기부와 응원 댓글, 외부 공유, 기부 제안 등 다양한 활동으로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일정 랭크에 도달할 때마다 감사패 지급, 기부금 전달식 초대 등 다양한 혈실 혜택이 주어진다. 열심히 펀딩에 참여한 고랭크 유저는 기부금 배분위원회 초대나 기부자 명의 장학금 운영 등 명예로운 일에도 동참할 수 있다.

게임 레벨 제도. 총 100레벨, 랭크5까지 올릴 수 있다. 사진=희망스튜디오
게임 레벨 제도. 총 100레벨, 랭크5까지 올릴 수 있다. 사진=희망스튜디오

권 이사는 “게임에서 당연하게 하는 ‘미션 해결을 통한 성취감 획득’을 희망스튜디오 플랫폼에선 ‘즐거운 기부 참여’라는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게임적 요소는 펀딩 성사율 가시화다. 각 프로그램 목표를 설정하고 모금액이 모일 때마다 달성률이 올라가는 것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모두가 미션 성공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는 유대감 고취와 동기 부여를 위한 의도적 장치다.

이는 실제 게임처럼 기부자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일부 펀딩의 경우 시작부터 큰 관심을 받아 모금액 100%를 쉽게 넘기지만, 몇몇 프로젝트는 종료 기한까지 달성률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곳곳에서 ‘기적의 손길’이 뻗어온다.

권 이사는 “일부러 펀딩의 마지막 100%를 채워주기 위해 대기하는 큰 손 기부자들이 있다”며 “덕분에 모금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부자는 게임처럼 스스로가 마지막 목표 달성에 큰 기여를 한 데에서 만족감을 얻고, 프로젝트 역시 순항하는 선순환 구조다.

사진=희망스튜디오
펀딩 목록과 함께 표기되는 성사율. 게임적 장치다. 사진=희망스튜디오

이런 희망스튜디오의 활동은 게임이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예술임을 방증한다. 대부분 젊은 세대가 이용자를 이루는 만큼, 유저들의 행동력과 사회공헌 의지 역시 가장 강한 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게임 팬들은 이제 가상적 콘텐츠의 차원을 넘어 행동을 통해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사회 전반에 게임이 미치는 영향이 더욱 강해지고, 팬트리뷰션 콘텐츠도 확산하리라는 시선이다.

희망스튜디오와 게임이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적지 않다. 게임으로 하나된 유저들이 저마다의 커뮤니티에서 기부를 독려하고 인증하며 확산하는 사회 운동이 되기도 한다.

2021년 로스트아크 ‘기부 대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게임 운영진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더보기 크리스탈’을 유저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이에 감동받은 유저들이 희망스튜디오로 몰려들어 대규모 기부 릴레이를 펼쳤다. 단 일주일 만에 3억원이 모이고, 훗날 게임사가 더 큰 보상으로 유저들에게 보답하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2023년 튀르키예에 진도 7.8 대지진이 닥쳤을 때도 게임사와 유저들은 한마음으로 뭉쳤다. 로스트아크 인벤 등 주요 커뮤니티에선 “빨리 희망스튜디오에서 튀르키예 펀딩 프로젝트를 만들라”는 성화가 빗발쳤고, 이어 펀딩이 개설되자 단 16일 만에 기부 목표금액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1억784만원이 모이기도 했다.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와 희망스튜디오가 튀르키예에 건넨 기적의 손길. 목표액의 1784%를 달성하며 희망을 만들어냈다. 사진=희망스튜디오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와 희망스튜디오가 튀르키예에 건넨 기적의 손길. 목표액의 1784%를 달성하며 희망을 만들어냈다. 사진=희망스튜디오

한편 희망스튜디오는 오는 12월 13일 스마일게이트 캠퍼스에서 ‘2025 희망나래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스트리머와 취약계층 아동들이 하나돼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 현재 해당 프로젝트 펀딩 성사율은 4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