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에서 ‘전기차 올인’ 대신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동화 내연기관을 모두 가져가는 ‘3트랙 전략’을 공식화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전략적 무기로 남겨두며 2027년까지 40종이 넘는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제품 공세도 선언했다.
14일 한국에서 열린 미래 전략 간담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차세대 전동화 모델 4종을 국내 최초 공개하며 내년 1월 서울에 제조·허브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간담회에서 드러난 벤츠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EV는 가되, 한 우물만 파지는 않는다.”
GLC, 벤츠의 전기차 세대교체 출발점


벤츠는 CLA, 일렉트릭 GLC, 비전 V, AMG GT XX 등 4종의 차량을 국내 최초 공개했다. 모든 모델은 벤츠의 미래 전략을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함축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GLC다. 디 올-뉴 일렉트릭 GLC는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B.EA를 최초 적용한 모델이다. MB.EA는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전동화하던 방식(EVA 등)과 달리 전기차 개발을 전제로 설계된 전기차 퍼스트 플랫폼이다. 배터리·전자·구동계를 모듈화해 국가나 트림에 따라 서로 다른 배터리 조합(LFP·NCM)을 선택할 수 있고, 후륜·전륜 모터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확장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다.
생산 측면으로 공장 라인을 유연하게 사용하고 기술적으로는 주행·효율·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GLC는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검증하는 첫 시험대에 오른다.
“바퀴 달린 슈퍼컴퓨터”…SDV 첫 모델 CLA


CLA는 벤츠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차량용 운영체제 MB.OS가 처음 탑재된 모델로서 생성형 AI 기반의 MBUX 4세대와 OTA(무선 업데이트)가 적용된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출발점이다.
MB.OS에 기반한 4세대 MBUX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인공지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처럼 스크린에 개별적으로 앱을 그룹화하는 등 고객의 취향에 맞춘 화면을 구성할 수 있고 대화형 명령까지 구현한다. OTA를 통해 주행 보조 시스템·UI·배터리 효율 등 차량 기능을 정기적으로 무선 업데이트할 수 있다.
비전 V·AMG GT XX, 벤츠가 그리는 미래 리무진·퍼포먼스 EV



비전 V와 AMG GT XX는 양산모델은 아니지만 벤츠의 미래전략을 내포한다. 65인치 시네마 스크린과 돌비 애토모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침대형 캡틴 시트 등 럭셔리 리무진의 정석을 제시한 비전 V는 벤츠의 플래그십 이동공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AMG GT XX는 24시간 동안 5479km를 주행하며 전기차 장거리 주행 신기록을 세운 고성능 EV 콘셉트카로서 최고 속도 360km에 달하는 성능을 보여주며 EV 시장에서 AMG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한국 기술 없는 벤츠는 없다”…공급망 중심지로 지정
벤츠의 전략은 명확하다. 전기차를 향해 가되 전기차만을 향해 급하게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플랫폼·소프트웨어·하이브리드·내연기관·초고성능·초고급을 모두 품으며 모두가 선망하는 자동차를 모든 세그먼트에서 만들겠다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전략을 시험해 볼 무대로 한국을 선택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LG전자·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삼성전자·삼성SDI 등 국내 주요 기업 대표들과 연달아 회동했다. 그는 “한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벤츠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한국을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1월 서울에 설립되는 아시아 제조·구매 허브는 한국이 주요 판매 시장을 넘어 공급망의 중심지로 격상됨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3위의 마이바흐 시장이자 세계 최초 마이바흐 브랜드 센터가 생긴 수요 높은 지역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국의 혁신 생태계는 우리에게 매우 가치 있다”며 “개방형 시스템인 MB.OS는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엔터테인먼트를 담을 수 있다”며 한국 고객을 염두한 차량 설계를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