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면서 포장김치 김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젊은 세대의 김치 섭취 빈도 하락과 배달·외식·간편식 중심 식생활 확산으로 내수 성장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치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포장김치 늘어도 전체 소비는 감소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에 따르면 올해 ‘직접 김장을 하겠다’는 응답은 62.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상품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32.5%로 3%포인트 증가했다. 김장을 담그지 않고 포장 김치를 간편하게 사서 즐기는 ‘김포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먹는 가구가 늘면서 포장김치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 2023년 국내 김치 산업 규모는 약 2조2200억원으로, 이 중 포장김치 시장은 2021년 5370억원에서 2023년 6560억원으로 22% 성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김치 소비량 자체가 감소세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김치 섭취 빈도가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고, 배달·외식·간편식 중심의 식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집밥의 필수 반찬’으로서 김치의 위상 또한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 종가 김치의 매출 성장률 역시 2021년 7%에서 2022년 11%, 2023년 13%로 증가세를 보여오다가 지난해 7%로 줄었고 올해(1~10월 기준) 들어 5%대에 머물고 있다.
프리미엄 품질 경쟁에 해외 수출까지

상황이 이렇자 김치업계는 국내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성장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풀무원 올가홀푸드의 경우 국산 유기농 채소와 고춧가루를 사용한 유기농 김치 4종을 출시했다.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해지며 유기농 등을 강조한 프리미엄 김치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유기농’ 가치와 ‘간편함’을 모두 담은 김치 라인업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포장김치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지역별 맛의 특색을 살린 ‘지역특화 김치’ 3종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포장김치 시장 겨냥에 나섰다. 서울식 ‘필동가’ 김치, 경상도식 ‘안동헌’ 김치, 전라도식 ‘해남재’ 김치 등이다. 모두 각 지역의 조리법과 식재료를 세밀하게 분석해 완성했다.
동시에 해외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K푸드와 K콘텐츠에 대한 해외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김치 수출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국내 김치 수출은 2016년 7900만달러에서 2021년 1억6000만달러로 5년새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지난해에는 1억6360만달러(약 2400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대상 종가다. 종가김치는 이미 미주와 유럽, 대만·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로, 최근엔 원거리 지역까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케냐 등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 칠레, 페루 등 중남미 국가까지 시장을 확장한 것이다. 그 결과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에서 2024년 9390만달러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CJ제일제당은 미국·일본·베트남·유럽·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 ‘비비고 김치’를 수출 중이며, 매해 해외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프리미엄 제품이나 기능성 제품으로 차별화하지 않는 이상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K푸드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는 것이 필수 전략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