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모를 두려움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고,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끝의 감촉이 예민해집니다.
하지만 문제를 부정하거나 숨기려는 태도는 탈모를 더 길고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탈모는 감추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상태입니다. 빠진 머리카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에 대응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탈모는 조기에, 그리고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진행성입니다. 즉,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는 다음 달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모발의 굵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약물치료 뿐 아니라 두피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늦었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말은, 탈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첫째, 탈모는 조기에 진단해야 합니다.
처음엔 티가 잘 나지 않지만, 이미 눈으로 보일 정도가 됐다면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태입니다. 정수리의 가르마가 넓어지거나, 머리카락이 얇고 가늘어졌다면 병원에서 모발 현미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원인을 모른 채 샴푸나 영양제만 바꾸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기에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대체로 탈모에 대한 통제력을 빠르게 회복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치료의 절반입니다.
둘째,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합니다.
탈모 환자 중 일부는 약물치료에만 의존합니다. 하지만 모낭이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과 혈류가 필요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단백질 섭취, 스트레스 관리가 기본입니다. 두피를 자극하는 강한 세정제나 잦은 염색, 고열의 드라이어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피는 피부입니다. 얼굴의 스킨케어를 신경 쓰듯, 두피도 매일 관리해야 합니다.
셋째, 심리적 회복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사람들이 내 머리만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불안과 위축을 낳습니다. 이런 감정은 탈모의 진행보다 더 빨리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감정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고 권합니다. 불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치료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전문가와 감정을 나누면, 탈모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결핍’이 아니라 ‘관리 중인 상태’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회복의 방향을 바꿉니다.
넷째, 자신의 스타일을 새롭게 디자인해보세요.
탈모는 스타일의 제약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마가 넓어진다면 짧은 컷이나 옆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스타일로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고, 머리숱이 줄어든다면 헤어볼륨 제품이나 컨실러, 흑채 등을 활용해 스타일링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남들이 보기 좋은 머리가 아니라, 본인이 편안하게 느끼는 스타일을 찾는 것입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은 결국 변화에 강해집니다.
다섯째,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세요.
탈모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따라서 완벽히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보다, 지금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하루아침에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괜찮다’고 다독이는 태도가 치료를 지속할 힘이 됩니다. 탈모는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탈모를 치료하는 일은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하는 일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탈모를 숨기기보다 적절하게 대처할 때,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모발의 양이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 외과 원장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매일 만나며,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진료실 밖에서는 35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뉴헤어 프로젝트’, 블로그 ‘대머리블로그’, 저서 ‘참을 수 없는 모발의 가벼움’ · ‘모발학-Hairology’ 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현재 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및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학·의료 정책·사람에 관한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