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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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업계의 ‘콜라보 마케팅’이 식품을 넘어 콘텐츠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무분별한 협업 마케팅 행태에 대한 규제 검토에 나섰다. 일부 제품이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 콘셉트를 차용해 음주를 놀이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향후 규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콘텐츠로 확산하는 ‘콜라보 주류’ 열풍

최근 몇 년간 주류 업계에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이색 협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콜라보(Collaboration) 주류’다. ‘콜라보 주류’란 주류 업체가 아닌 밀가루, 구두약, 사탕, 과자처럼 전혀 다른 분야의 상표를 술에 입혀 출시한 제품을 말한다. 

콜라보 주류 열풍의 포문을 연 제품은 2020년 5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협업해 선보인 ‘곰표 밀맥주’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 패키지를 그대로 옮겨 담은 이 제품은 ‘이종 산업 간 협업’이라는 콘셉트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이 일었고, 출시 이후 3년간 누적 판매량이 6000만캔을 돌파하며 트렌드의 불씨를 지폈다. 

이후 콜라보 주류 열풍은 식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레모나 이슬톡톡 ▲아이셔에 이슬 ▲메로나에 이슬 ▲국순당 쌀 죠리퐁당 ▲국순당 쌀바밤바밤 ▲좋은데이 민트초코 ▲처음처럼 빠삐코 ▲진라거 ▲불닭망고에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제 콘텐츠 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원소주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 W’과 협업해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W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으며, 하이트진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3 출시를 앞두고 자사 대표 맥주 브랜드 테라·참이슬과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주류 업계의 협업이 식품, 게임, OTT 콘텐츠 등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브랜드 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처럼 빠삐코, 메로나에이슬 자료사진. 사진=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처음처럼 빠삐코, 메로나에이슬 자료사진. 사진=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국순당 죠리퐁당, 바밤바밤. 사진=국순당
국순당 죠리퐁당, 바밤바밤. 사진=국순당

자극 커진 콜라보 주류, ‘규제의 눈’으로

문제는 이 같은 콜라보 주류 마케팅이 점차 자극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실은 일부 주류 제품이 소비자에게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온라인 게임 속에서 ‘체력 회복 물약’이나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고 지적했다. 예시로 든 제품은 유명 RPG 게임인 디아블로와 주류 업체 보해양조의 콜라보 증류주다. 게임 속 물약 아이템을 본떠 만든 해당 제품의 뒷면에는 ‘한 잔마다 악마의 봉인이 6% 약화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30초’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보건복지부도 답변서를 통해 “(남 의원이) 예시로 든 제품은 지적한 것처럼 게임 아이템을 소비하는 것처럼 음주를 권장하거나 유도하는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주류 광고물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음주를 권장하거나 유도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협업해 변칙적인 주류 광고와 마케팅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검토가 단순히 한두 제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콜라보 마케팅의 개념 자체를 재점검하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콜라보 마케팅이 최근 몇 년간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던 만큼, 규제 검토가 현실화될 경우 그 범위와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콜라보는 MZ세대와의 소통 창구로 정착된 마케팅 수단이지만, 정부의 기준이 강화되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며 “식품 간 협업은 비교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게임과의 협업은 규제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