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랜드 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랜드 분석센터 연구위원

AI 대전환의 시대, AI와 인간의 합은?

‘켄타우로스(Centaur)’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체는 말, 상체는 인간인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존재다. AI 시대의 켄타우로스형 인재란 무엇일까.

1. ‘휴먼인더루프’, 기계에 인간의 현명함 한스푼?

휴먼인더루프[HITL, Human-In-The-Loop]는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AI 활용 철학을 말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빠르고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다.

2. ‘필(Feel)코노미’, 기분이 돈이 된다?

필코노미[Feelconomy]란 감정을 의미하는 ‘필[feel]’과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기분이나 감정이 소비의 동인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감정이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주관적인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의 기분을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여긴다.

3. ‘제로클릭’, AI 제안이 클릭수 줄일까

요즘 쇼핑과 검색 플랫폼은 소비자가 무언가를 찾기 전에 AI 가 먼저 제시해 고객의 클릭 수를 대폭 줄이고 있다. 클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 이 흐름을 ‘제로클릭[Zero-Click]’이라고 한다. 기술이 만든 선택 없는 시대는 어떻게 우리의 주도권을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긴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4. ‘레디(Ready)코어’, 미리미리 빨리빨리의 세대?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일상의 혼돈 속에서 젊은이들이 ‘갓생’과 ‘루틴이’라는 트렌드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는 ‘레디코어[Ready-core]’가 등장한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와 노후, 커리어와 자산 축적 등 인생의 주요한 이벤트를 미리 경험함으로써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업은 단지 제품이나 서비스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인생을 함께 설계하는 인생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5. ‘AX조직’ 선언한 대기업들, 조직 개편의 태풍?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영역은 역시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조직·인사의 어떤 구조적 변혁이 필요할까. ‘AX조직[AI Transformation Organization]’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핵심 DNA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조직 모델이다. 극적으로 평평한 ‘울트라 플랫’과 ‘제로 디스턴스’ 개념이 도입되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들처럼 ‘잼세션’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이미 배운 것을 과감히 폐기하는 ‘언런[unlearn]’이 중요해진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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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메가 트렌드는 사라졌나…파편화된 ‘픽셀(Pixel)라이프’

모두가 함께 따르던 메가 트렌드는 사라지고 파편화된 마이크로 트렌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 ‘픽셀[Pixel]’처럼, 작고 많고 짧게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이 된 것이다.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소용량으로 맛보거나 궁금했던 신상 화장품을 미니 사이즈로 써보는 식이다. 또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하나의 '최애'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는다. 둘이든 셋이든 더 많은 대안을 택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7.'프라이스 디코딩’, 소비자가 가격 구성을 해체한다?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이라고 명명했다. 지금까지는 어느 제품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구매할지 말지만 결정하면 그만이었지만 요즘 소비자는 원가·유통 마진·브랜드 가치 등을 일일이 조사해 가격의 구성을 해체한다.

8. IQ, EQ는 지났다…‘HQ(건강지능)’가 높아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100세를 사는 ‘호모 헌드레드’의 시대를 맞이하여 건강관리의 목표는 이제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더 오래도록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되었다. 지식으로 성공하던 시대에는 지능IQ이, 관계가 중요한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감성지능EQ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건강지능HQ이 삶의 필수 역량이 된다.

9. ‘1.5가구’= 나혼자산다(1)+ 연결감(0.5)?

혼자이면서도, 혼자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다. 현대인은 개인주의를 즐기지만 극심한 고물가로 혼자만의 생활을 지키기 버거워지고 고독과 불안도 밀려온다. 개인의 자율적 삶(1)을 기반으로, 경제적·심리적·육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유연한 연결감(0.5)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이러한 전략적 연합을 ‘1.5가구’라 명명한다.

10. “전통, 클래식, 찐”… ‘근본이즘’으로 회귀한 이유는

AI가 모든 것을 생성할 수 있는 시대, 오히려 진짜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변치 않는 근본을 향한 ‘근본이즘’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전통이 재조명받고 원조를 숭상하며 클래식을 선호하고 아날로그의 낭만을 추구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과몰입하고 있지만 사실 그에 대해 걱정하고 탈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