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날 기회이자, 다시 빠질 수도 있는 변곡점입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경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중 갈등, 정치적 변수, 통화정책 전환 등 복합 요인이 얽히며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리스크, 2026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
Q. 2026년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코로나 팬데믹 리스크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대신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긴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는 약 3% 초반의 성장률로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이 예상됩니다.
특히, 유로존은 회복세가 약하고, 미국만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며 경기 하강을 방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주요 신흥·개도국은 슬로우 다운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트럼프 라운드, 글로벌 교역 질서 흔들 것"
Q. '트럼프 라운드'를 주요 변수로 지목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요
"이미 미국의 과도한 품목 및 상호 관세 부과로 글로벌 교역 시스템이 크게 손상을 입었지만, 11월에 있을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내부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지속될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통상 이슈를 부각시키며 교역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이죠.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를 공멸시킬 블랙스완도 우려됩니다. 과거 사례처럼 평균 4년 주기로 위기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하면, 2026년 역시 위험이 높은 해로 볼 수 있습니다."
Q. 미국의 금리정책도 중요한 변수가 될 텐데요
"그렇습니다. 2026년 5월 이후 친(親) 트럼프 성향의 새로운 연준(FED) 의장이 들어서면, 빠른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적 요인에 따른 포퓰리즘적 완화정책이죠. 단기적으로는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환율 변동성도 커질 겁니다. 미국의 물가 우려로 달러 약세가 예상되지만, 엔화와 원화가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핵심 변수입니다."
Q.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떻게 보십니까
"경제 논리상 중동 지역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강도는 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미·중 간 '경제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겁니다. 양국이 일시적으로 화해하더라도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결국 미국의 견제도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스우시형 완만한 회복…더블딥 가능성도 있어"
Q. 한국의 경제 전망은 어떤가요
"한국은 코로나19 경기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순환기에 들어섰습니다. 금리 하락과 물가 안정으로 소비 여건은 개선될겁니다. 다만, 설비·건설 투자 시장 모두 시장 심리가 위축돼 큰 폭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수출 역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성장률은 1% 내외, 2026년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 회복이 예상됩니다. 완만한 스우시(Swoosh)형 저속 회복이 유력하지만,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더블딥(Double -dip)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한 재무적 완충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Q.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기업은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요
"2026년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산업 지형의 급변 속에서 장기 저성장 기조에 대비해 '성장'과 '안정'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국가자본주의 확산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정책 변화와 시장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외환·금융위기처럼 위기는 반복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거시경제 위험 요인을 상시 점검해야 하며, 중국의 중진국 함정 가능성과 내수 부진을 주시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수입 침투 리스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 재원이 몰리는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금리와 환율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