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하루만인 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하루만인 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를 포기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하루 만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 장·차관의 항소 반대 지시가 있었다"는 수사팀의 문제 제기가 나오며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휘체계에 대한 불만이, 정치권에서는 사건의 정치적 해석이 맞물리며 파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진우 검사장은 이날 법무부에 사의를 전달했다. 이는 검찰이 민간업자 김만배 씨 등 5명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직후였다.

대검찰청은 당초 관행대로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었지만, 법무부가 "항소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지휘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의 '항소 반대' 방침으로 인해 결국 대검찰청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도 '항소 금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고인들만 항소한 상태가 됐으며,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없게 됐다.

1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는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원,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0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면서도 배임죄 부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했다.

◆ 수사팀 "법무부가 항소 막았다" 내부 반발 표출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를 맡은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대검이 법무부에 항소 승인 보고를 했으나,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1심 선고 이후 수사팀과 공판팀은 3일 만장일치로 항소를 결정했고, 5일 중앙지검 지휘부가 항소 제기를 확정해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6일 저녁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를 지시하며 불허했다’는 통보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강 검사는 중앙지검 4차장검사에게 "전결권이 있는 검사장이 직접 항소장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차장은 "대검에서 불허했고, 검사장도 동의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후 수사팀은 불허 사유를 재차 질의했지만, "유동규가 구형보다 중형을 받았고, 항소 실익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이처럼 주요 피고인의 형량이 검찰 구형에 못 미쳤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이 사건은 현재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비리 재판과도 연관돼 있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 검사장을 시작으로 당시 결정 과정에 관여한 검사들이 추가로 사의를 표명하거나, 수사팀과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국힘 "권력형 수사외압·국기문란 범죄"

국민의힘은 검찰이 1심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자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 권력형 수사외압"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친명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의 사퇴와 함께 외압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항소 포기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공범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달고 살던 이해충돌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기할 것은 항소가 아니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라며 "애당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포기했어야 하고, 항소 여부를 검찰이 법무부와 상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항소 포기 사태' 하루만인 이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선 "죄는 아버지가 저질렀는데 아들이 감옥가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권의 권력형 수사 방해, 수사외압 의혹이 있다"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처벌을 방해하기위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뒤흔드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국기문란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항소 금지 외압의 윗선이 법무부 장관인지, 용산인지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 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민주당 "항소 포기 아닌 자제…법리 판단 따른 결정"

여당은 검찰의 결정이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장윤미 대변인은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한 것은 무분별한 항소 관행을 자제하기로 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항소 포기가 아닌 항소 자제"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 방탄을 위해 검찰 항소를 막았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며 공개적으로 재판 불복을 선언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이미 4년에서 6년의 중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항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봐주기’라고 단정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법리 판단을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삼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