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롯데케미칼이 3분기 역시 적자를 이어나가며 8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제품 스프레드 개선 등으로 손실 폭은 크게 축소하며 실적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5조 5000억원을 투입한 ‘라인’ 프로젝트 준공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고, 국내에서는 HD현대케미칼과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출하며 체질 개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을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며 전년 동기(4136억원) 대비 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영업이익 -108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축소될 전망”이라며 “대산 공장 정기보수 종료, 나프타 가격 하락, 환율 효과,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의 염소계열 실적 개선, LC USA의 MEG 스프레드 회복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윤재성·김형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은 -959억원으로 컨센서스(-1321억원)를 27% 상회할 전망”이라며 “저가 납사 투입과 환율 상승, 정기 보수 종료 효과로 손실 폭은 줄었지만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초기 비용 부담으로 4분기 추가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고금리·고원가·수요둔화의 3중고 속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을 병행하며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된다면 석유화학 시황 및 스프레드 개선이 가장 큰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핵심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파키스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의 지분 75.01%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본 화학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를 매각했다. 일부 해외 합작법인(JV)과 저수익 사업 정리를 병행하며 현금흐름 안정화와 재무 유연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시황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 여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니 석화단지 준공…동남아 시장 진출路

롯데케미칼은 정체된 내수 시황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에서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라인(LINE)’ 프로젝트는 총 39억 5000만달러(약 5조 5000억원)를 투입해 조성된 대형 석유화학단지로 연 에틸렌 100만톤·프로필렌 52만톤·폴리프로필렌 35만톤·부타디엔 14만톤·BTX 40만톤 등을 생산한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에틸렌 자급률을 기존 44%에서 최대 90%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히 해외 생산기지를 추가한 수준을 넘어 동남아 시장 주도권 확보를 겨냥한 장기 전략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라인 프로젝트는 기존 석유화학 경쟁력을 동남아로 확대하는 확장 사업”이라며 “인도네시아는 매년 5%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시장으로 석유화학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는 납사 외에도 LPG(액화석유가스)를 최대 50%까지 투입할 수 있는 설계로 원가 절감과 탄소 저감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 스마트 자산정보관리(AIM) 시스템을 적용해 공정 데이터를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고, 인근 PE(폴리에틸렌) 생산 공장(LCTN)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물류비 절감 및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석유화학 부문의 지배력과 점유율을 강화하는 목적”이라며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향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CI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약 2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도네시아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HD
HD현대케미칼과 NCC 통합…“사업 다각화할 것”
국내에서도 업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석유화학업계에 구조조정 계획서 제출을 요청한 데에 롯데케미칼이 가장 먼저 계획서를 제출한 1호 기업으로 나섰다.
계획서는 충남 대산 산업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한 HD현대케미칼과의 통합안이다. 양사는 약 12조원 규모의 통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롯데케미칼이 설비를 현물 출자하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을 투입해 지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NCC 통합은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정부의 에틸렌 감산 촉구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빅딜로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정거래법, 세제, 금융 지원 등 후속 조치 해결이 성공의 관건이며, 향후 여수·울산 등 다른 석유화학 단지로 구조조정 압박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에 연말까지 NCC 효율화와 설비 감축(현재 대비 최대 20% 감산)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자발적 생산 감축과 인수합병(M&A), 효율적인 시설 통폐합하는 등의 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기업들이 이를 이행하면 정부는 금융·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선(先) 자구노력·후(後) 지원’ 방식이다.

한때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한국 제조업 성장 기반이었던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고환율·고금리 등 삼중 악재 속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 따르면 헌재의 불황이 3년간 지속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절반가량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사업구조 전환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초소재 중심 구조를 벗어나 고부가가치·배터리소재·수소에너지 등까지 신사업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와 친환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