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대 1조달러, 한화 약 1400조원 규모의 주식 보상을 받게 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며, 머스크의 테슬라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의 주식 보상안이 주주 투표 결과 가결됐다. 테슬라가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주총 영상에 따르면, 주주 75% 이상이 이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의 보상안 통과 직후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날보다 3.50% 하락해 445.91달러로 마감했던 주가는 주총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2%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테슬라 측은 "주주 75% 이상이 CEO 보상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에는 테슬라 지분 13~15%를 보유한 머스크 본인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테슬라의 법인 등록지가 델라웨어주였을 당시에는 CEO가 보상 관련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작년 주총 이후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면서 새 법규 적용으로 본인 지분에 대한 투표가 가능해졌다.
◆ 12단계 목표 달성 시 4억2300만주 보상…시총 8조5000억달러·로봇 상용화 등 조건
이번 보상안은 테슬라 이사회가 제시한 경영 목표를 머스크가 달성할 경우, 2035년까지 12단계에 걸쳐 테슬라 보통주 약 4억2300만주를 지급하는 구조다. 이는 전체 주식의 약 12%에 해당한다.
머스크가 목표를 모두 달성할 경우 주식 보상 규모는 약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례 없는 규모의 CEO 보상으로, 세계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다.
이사회는 "보상안이 부결될 경우 머스크가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고 주주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보상안은 머스크의 지분율을 25% 이상으로 높여 테슬라 내 영향력을 크게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보상을 받기 위한 조건도 구체적이다.
첫 단계는 현재 약 1조5000억달러인 테슬라 시가총액을 2조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후 단계별 목표치를 넘어 최종적으로 시총 8조5000억달러에 도달해야 한다.
여기에 테슬라 차량 2000만대 인도,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구독 1000만건, 휴머노이드 로봇 100만대 배치, 무인택시 100만대 상업 운행,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4000억달러 달성 등의 조건이 포함됐다.
이사회는 이 같은 성과 달성 시 머스크가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실히 입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로봇 군대 영향력 있어야 한다""머스크, 통제력 강화 의지 내비쳐
머스크는 이번 보상안을 통해 단순한 금전적 이득보다 회사 통제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언급하며 "만약 우리가 이 로봇 군대를 만든다면, 내가 그 로봇 군대에 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했다. 또 "적어도 내가 강한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면 나는 그런 로봇 군대를 만드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요 주주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번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사전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체 투표 결과, 주주 다수는 머스크의 리더십과 테슬라 성장 잠재력에 무게를 두며 찬성표를 던졌다.
테슬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주주 보상안이 가결된 이번 주총은 머스크의 장기 비전과 통제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만 시총 8조5000억달러,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등 달성 조건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향후 테슬라의 실적과 기술 성과가 주가와 머스크 보상 실현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