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단25(DAN25)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6일 열린 가운데 김범준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네이버의 정체성을 '검색'에서 '실행 에이전트'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김 COO는 이날 발표된 에이전트 N이 단순한 신규 기능이 아닌, AI 시대를 맞아 네이버가 나아갈 방향 그 자체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네이버가 이미 보유한 서비스 생태계와 압도적인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실행까지 책임지는 AI 에이전트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COO는 "네이버가 정말로 잘할 수 있고, 또 네이버의 사업 성과를 떠나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분들이 정말 만족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온서비스와 신뢰… 구글과 다른 네이버의 승부수
김범준 COO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네이버가 가진 명확한 차별점으로 온서비스 AI 에이전트 전략과 신뢰를 꼽았다. 챗GPT나 구글의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실제 서비스 흐름 속에서 사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고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가 쇼핑을 할 때 정말로 똑똑한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는 것과,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나의 시선을 바라보고 고민을 알아주는 가게 점원의 경험은 다르다"고 비유했다.

핵심은 사용자의 서비스 여정 적재적소에 AI가 개입해 끊김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 COO는 "그 서비스의 적재적소에서 나를 도와주는 경험이야말로 정말로 부드러운 에이전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네이버의 접근 방식이 결국 AI 에이전트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자신했다. 특히 구글, 챗GPT 등은 쇼핑이나 로컬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지 않지만 네이버는 강력한 ‘실행’ 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차별점은 신뢰 자산이다. 

김 COO는 AI 에이전트가 추천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화두를 던졌다. 그는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데 에이전트가 추천한 사이트나 사업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도 네이버가 강점을 보이는 이유가 결국 ‘신뢰’에 있다며 과거 여러 사태에서 네이버가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움직여왔다고 강조했다. 

김 COO는 "에이전트를 쓰면 쓸수록 결국은 사람들은 내가 이거를 썼을 때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거 맞아라고 하는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정말로 사실은 신뢰 자산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큰 차이점이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에이전트 N 로드맵… 쇼핑 지연 이유와 AI 탭의 역할

김 COO는 에이전트 N이 특정 기능이 아닌, 네이버의 새로운 ‘정체성’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제 정체성을 바꾸겠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수행까지 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 서비스로서 네이버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인 것"이라며 "올해 4분기부터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경제 뉴스 등을 선제적으로 브리핑하는 '앰비언트 에이전트'가 적용되며, 내년 1분기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통해 '쇼핑 에이전트'가 공개된다"고 말했다.

내년 여름 출시될 AI 탭은 이러한 개별 에이전트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 에이전트'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 COO는 "AI 탭이 단순히 답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이런 것들을 대신 실행해 드릴까요?'라고 제안을 드리면서 통합 에이전트의 모습을 선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초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쇼핑 에이전트가 내년 1분기로 연기된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개별 에이전트가 아닌, 통합된 AI 프레임워크 안에서 쇼핑, 금융, 로컬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동작하도록 전체적인 설계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에이전트 설계 방식이 좀 바뀌어야겠다라고 하는 부분들이 저희가 첫 번째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기존 LLM(거대언어모델)에 단순히 쇼핑 데이터를 파인튜닝(SFT)하자, 특정 임무는 잘하지만 모델의 전반적인 능력이 오히려 저하되는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김 COO는 "전반적인 능력이 열화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테스크를 수행할 수 있는 그런 성능과 품질을 저희가 뽑아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는 "쇼핑 에이전트를 위한 전용 LLM을 새로 만드는 과정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완성도는 높아졌으나 출시 시기는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신뢰성과 광고 패러다임의 전환
김 COO는 AI 시대일수록 ‘데이터의 질’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인터넷에 AI가 생산한 콘텐츠가 사람의 콘텐츠보다 많아지는 상황에서, AI가 무엇을 학습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에이전트가 크롤링을 하고 여러 정보들을 확보해서 결국은 데이터에 기반해서 답변을 할 텐데 그 데이터를 믿을 수 있는 데이터일까 하는 것이다"라며 소위 '작업'이라 불리는 가짜 마케팅 데이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반면 네이버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에 막대한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천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플레이스 서비스의 '영수증 인증' 리뷰 ▲쇼핑의 '실제 구매·반품' 데이터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 연동을 통한 '실시간 인기 메뉴' 데이터 ▲클립(숏폼) 등에서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메타데이터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이러한 데이터 신뢰성과 AI 기술은 네이버의 핵심 수익 모델인 광고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김 COO는 "광고로 돈을 더 벌겠다가 아닌 것이다"라고 선을 그으며, "지금의 광고가 정말 최선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를 괴롭히는 광고가 아닌, 맥락에 맞는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이미 작년부터 광고팀과 검색팀이 함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색엔진이 먼저 사용자의 의도에 맞는 사이트를 필터링한 후 그 안에서 광고 입찰과 품질을 따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시대의 광고는 키워드 입찰이 아닌 맥락 참여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COO는 "특정 키워드에 5000원이야라고 하는 그런 식의 광고 모델이 아니라, 어떠어떠한 맥락에 대해서 나는 이러한 맥락에 우리 상품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AI가 판단한 사용자 맥락에 사업자가 비례적으로 참여하는 '오토 프라이싱'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 서비스 이식과 기술 수출 투트랙

김범준 COO는 에이전트 N의 글로벌 전략을 두고 ‘온서비스 AI’ 철학에 따라 시장별로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에이전트 N과 미국 네이버 웹툰 위에서 선보이는 에이전트 N, 그리고 미국의 포시마크에서 보여지는 에이전트 N은 전부 다 다른 형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축적된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이 각 글로벌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이식'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테크 이네이블러(Tech Enabler)로서 기술과 노하우를 직접 수출하는 모델도 제시했다. 김 COO는 "태국에서 굉장히 핵심적인 주제인 관광 에이전트를 같이 만들고 있다"며 네이버의 기술과 노하우를 해외 기업이나 기관에 수출하는 방식으로도 글로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COO는 마지막으로 "네이버는 앞으로 서비스에서 정말 적재적소에서, 진짜 가게에서 일하시는 어떤 브랜드를 대표하는 점원처럼 그런 분들을 각각의 브랜드들에게 저희가 선사드릴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