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부품 산업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역성장한 가운데 ‘중국’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독일 보쉬(Bosch)가 5년 연속 왕좌를 지키며 최상위권의 견고함을 과시했지만 그 아래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보쉬, 최근 5년간 매출액 1위 유지∙∙∙대형 부품기업 영향력 여전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9일 발표한 ‘2024년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지난 2023년 9712억 달러(약 1359조원)에서 지난해 9453억 달러(약 1323조원)로 2.74% 줄었다.
상위 10대 자동차 부품기업 중 덴소와 마그나를 제외한 8개 기업의 매출액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일본 덴소와 캐나다 마그나의 매출액은 각각 1.5%, 0.1%씩 올랐으며, 중국 CATL와 독일 ZF는 14.8%, 13.1%씩 크게 하락했다.
상위 10위 내에서 약간의 순위 변동은 있었다. 한자연 오진우 연구원은 매출 순위 변동의 원인으로 지난해 글로벌 판매 성장세가 둔화한 점, 이를 바탕으로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된 점 등을 지목했다.

특히 ZF는 일부 사업부 매각∙분사 등 구조조정 단행이 매출액과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10억 유로(약 1조6493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독일 보쉬가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위를 유지한 것을 고려하면 자동차 산업에서 글로벌 대형 부품기업의 영향력만큼은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5년간 각 기업의 주요 사업 분야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파워트레인 전동화 및 전기전자 부품, 소프트웨어(SW)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영위하는 자동차 부품기업의 빈도가 미약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분야 기업은 미미하게 감소하거나 유지 중이었다.
中 자동차 부품 기업 비중 확대 주목

순위가 상승한 그룹의 아시아 매출 비중은 43.8%로 다른 지역의 매출 비중보다 크게 웃돌았다. 이들 그룹은 아시아 지역에 사업 집중도가 특히 높았다.
오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아시아 지역의 완성차 기업과 이들 기업을 고객사로 둔 자동차부품 기업 간 동반 성장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 정부 자동차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며 2025년 신차 3230만대, 신에너지차(NEV) 1550만대 판매와 자동차 제조업 부가가치 6%대 성장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내수 확대, 품질 개선 산업 환경 최적화, 개방 협력 등 4개 영역에서 60여 개 세부 정책을 제안했다. 세부 정책에는 구매세 감면∙노후차 교체 지원, NEV 전환 시범사업 및 농촌 보급, 핵심 기술 개발 등이 포함됐다.

최근 5년간 중국 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316억달러(약 44조원)에서 986억달러(약 138조원)로, 비중은 4.2%에서 10.4%로 증가했다. 100대 부품기업 중 중국 기업 수는 2020년 7개사에서 2024년 14개사로 2배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오 연구원의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차량용 반도체 사용을 권고하는 등 공급망 내재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중국의 전략은 과거 한국의 성장 모델과 유사하지만 그 규모와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 중국산 자동차 부품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중국산 부품을 채택∙확대를 검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일본 닛산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자동차 부품을 확대하고 물류 최적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산 부품 사용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으로 전해진다.
오 연구원은 “최근 중국은 자국산 차량용 반도체 사용을 권고하는 등 공급망 내재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중국 내 완성차 생산∙수출 증가세와 완성차 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 등을 볼 때 앞으로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