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주변 삼성 서초사옥. 사진=김호성 기자.
서울 강남역 주변 삼성 서초사옥. 사진=김호성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의 중간배당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기업 수익을 주주와 나누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배당에 나선 기업 수가 증가했고, 총액 또한 12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삼성전자가 4조9000억원을 배당하며 압도적 1위를 지킨 가운데 현대차, 금융지주, 조선·철강업체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주주환원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등 제도적 요인이 배당 확대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 배당 참여 기업 확대…새로 합류한 48곳 눈길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135곳으로, 지난해 107곳보다 26.2% 늘었다.

배당 총액은 10조8379억원에서 12조6763억원으로 1조8384억원 증가했다. 보통주 평균 시가 배당률은 1.44%로 지난해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올해 처음 중간배당에 나선 기업은 48곳에 달했다.

HD현대 계열사 4곳(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일렉트릭·HD현대미포)을 비롯해 LG,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롯데쇼핑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기업별 배당 규모를 보면 삼성전자가 단연 선두였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총 4조9011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어 현대차는 1조3015억원을 배당하며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8% 증가한 규모로, 증감액 기준 전체 상장사 중 최대였다.

금융지주사의 배당 확대도 눈에 띄었다. KB금융은 6700억원, 신한지주는 5552억원, 하나금융지주는 5003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46.5% 증가해 상위 10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 또한 꾸준히 분기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5178억원을 배당해 전년 대비 25.3%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와 SK텔레콤, KT, CJ제일제당, JB금융지주, 케이카, 씨젠, 아이마켓코리아, 효성ITX,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주주환원 확대 흐름…개인 배당 상위권은 오너 일가

개인 배당금 수령자 순위에서는 재계 총수 일가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719억원을 받아 1위에 올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1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 배당 확대의 수혜를 입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671억원을 수령해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법 개정이 배당 확산을 견인했다고 평가한다.

리더스인덱스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상법 개정 흐름에 맞춰 중간배당을 확대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며 "다만 여전히 전체 상장사의 5%가량만 중간배당을 실시해 개선 여지는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중간배당 참여 기업 수의 증가뿐 아니라 배당 규모의 확대, 그리고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조선·철강·중공업 등 전통 제조업체들이 새롭게 참여하면서 산업 전반으로 배당 문화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결국 중간배당 확대는 주주친화 경영의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율이 아직 전체 상장사의 5%에 불과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기업의 이익 축적과 투자 여력 확보라는 기존 기조와, 주주환원 확대라는 새로운 흐름이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