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처리 문제는 심각한 환경 및 산업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에너지와 원료로 재활용하는 ‘열분해유’ 기술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떠오른다. 이를 대체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과 사업화 전략이 현 시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산업교육연구소는 19일 서울 구로구에서 ‘폐플라스틱/폐비닐 열분해유 기반 신기술 개발과 산업 자원화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가 순환경제와 탄소중립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만 아직까지 제도적, 기술적, 정책적으로 적합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비전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열분해 기술 보편화 위한 ‘기술·제도적’ 기반 더 필요해
열분해 기술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400°C 정도의 고온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해 열분해 오일, 가스, 탄소 잔재물을 얻는 기술이다.
현재는 열분해 가스를 재활용해 공정의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 외부 시선이 곱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학계는 국내 열분해 기술의 근본적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원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본부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술은 대부분 회분식 반응기(원료 및 촉매 등을 순서적으로 투입해 일정시간 반응 후 생성물을 배출하는 방식)를 사용하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이 낮고 노동 집약적”이라며 “원료에 포함된 수분과 염소 불순물 때문에 생산된 열분해유의 수율과 품질이 낮다”고 꼬집었다.
정 연구원은 염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처리 공정을 강화하거나, 원료 선별 단계에서부터 불순물을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에너지나 ENI 등 해외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연속식 대량 처리 기술’로 전환해야 에너지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도경 한국화학연구원 LCP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열분해 기술과 정유 공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열분해유를 나프타 분해 공정(NCC)에 투입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짚었다.
김 연구원은 “열분해유는 불순물과 올레핀이 많아 기존 나프타 공정에 투입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실제 재활용률이 매우 낮다(5~8%)”고 설명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순환유동층 반응기를 활용한 촉매 분해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나프타 공정보다 낮은 온도에서 운전되며, 열분해유의 촉매분해를 통해 경질 올레핀의 높은 수율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온실가스 발생 저감 효과도 나타났으며, 순환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진정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플라스틱을 주원료로 상정하고 그 특성에 최적화된 새 공정 개발과 투자를 해야 한다”며 “특히 열분해유 내의 염소와 같은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은 반드시 확보돼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준구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자원연구부 부장은 “국제적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가 강화되고 있어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고형연료제품(SRF)과 열분해유 원료가 법적으로 구분돼 있어 정책의 통합화가 필요하며,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에서 열분해유가 처리 비용보다는 에너지 생산 비용으로 더 큰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부장은 기업들의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인식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시설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재생 원료로 복원하는 기술의 상업화를 성공한 기업인 ‘도시유전’의 독자적 기술력도 눈길을 잡았다.
도시유전은 ‘비연소 파동 에너지 분해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기존의 고온 소각 방식과 달리 300°C 이하의 저온에서 특수 세라믹 복합체가 방출하는 파동 에너지를 이용해 폐비닐, 폐플라스틱의 분자 결합을 끊어 원래의 기름 형태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불가능한 복합 폐기물까지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상업화 공장인 ‘웨이브정읍’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설치 검사를 통과하고 ICC Plus 인증을 획득했다.
도시유전은 추후 폐비닐, 폐플라스틱 외에도 폐타이어, 폐섬유(타월), 폐전선, 잔사유(원유 찌꺼기) 등 다양한 폐기물 처리가 가능함을 실험 결과와 함께 보여주며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함동현 도시유전 사업본부장은 “웨이브정읍 공장 상용화를 기반으로 영국,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폐기물 및 에너지 시장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스탠다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