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이 14년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해 흥행에 성공했다. 대한전선은 2021녁 호반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필요 자금을 모회사인 호반그룹을 통한 차입, 유상증자 및 사모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해 왔다. 대한전선의 공모채 시장 복귀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두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반그룹 사옥. 사진=김호성 기자.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이 14년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해 흥행에 성공했다. 대한전선은 2021년 호반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필요 자금을 모회사인 호반그룹을 통한 차입, 유상증자 및 사모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해 왔다. 대한전선의 공모채 시장 복귀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두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반그룹 사옥. 사진=김호성 기자.

회사채 발행시장이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회사채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다.

최근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는 자금이 몰리고, 가산금리도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무보증 3년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가산금리는 지난 12일 47bp(1bp=0.01%포인트)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초 70bp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하락한 셈이다.

가산금리는 국고채 대비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감안한 추가 금리를 뜻한다. 가산금리가 낮다는 것은 투자자가 기업 위험을 상대적으로 적게 보고 있으며 발행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공급 줄어드는 하반기…기관 자금 앞다퉈 유입

회사채 강세의 배경에는 금리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시장에서는 연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대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부양 필요성이 커지면서 다음 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급 축소도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이달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약 5조5200억원이지만 10월에는 4조2100억원, 11월 2조8200억원, 12월 1조8700억원으로 점차 줄어든다.

내년 1월 들어서야 10조8600억원으로 급증한다. 연말 회계 결산에 따른 북클로징 영향까지 감안하면 발행 물량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관들은 금리가 높은 지금 시기에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분위기다.

◆ 기업마다 흥행 기록…목표액의 10배 이상 자금 몰리기도

실제 발행 현장은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4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대한전선은 2년물 300억원, 3년물 5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무려 8880억원이 몰렸다. 목표액의 11배가 넘는 규모다.

롯데쇼핑도 2년물 500억원, 3년물 1000억원 등 총 1500억원 모집에 나선 결과, 목표금액의 6배가 넘는 97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iM금융지주 역시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160억원이 몰리며 목표액의 두 배를 넘겼다.

이외에도 한화, 현대제철, GS에너지도 목표금액의 몇 배 이상의 자금을 모았고, 신용등급이 BBB+인 한진과 각각 해킹 사태가 있었던 SK텔레콤, 그룹 내 잇단 인명사고 리스크가 불거진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줄줄이 목표금액의 몇 배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업황이나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 선별은 이뤄지고 있지만, 안정성이 뒷받침되는 기업에는 대규모 자금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업황이 불안정한 기업은 배제하고 신용도와 업황이 안정적인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