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에서 카드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인류의 결제 방식은 더 편리하고 빠른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리고 토스는 2015년 공인인증서의 장벽을 허문 ‘간편송금’으로 1세대 핀테크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뱅킹, 증권, 보험을 하나의 앱에 담아낸 ‘슈퍼앱’ 전략으로 2세대 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2025년 넥스트 레벨이 나왔다. 지갑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는 ‘얼굴 결제’, 토스 페이스페이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한 결제 기술의 등장을 넘어 지난 10년간 온라인 금융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토스가 오프라인 세계마저 자신의 생태계로 편입시키려는 야심 찬 ‘금융 영토 확장 선언’으로 볼 수 있다. 토스가 8번의 실패 끝에 얻은 혁신의 철학, 데이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태계의 설계, 그리고 ‘금융의 모든 순간을 간편하게’라는 궁극적 비전이 응축된 결정체라는 평가다. 

사진=토스
사진=토스

혁신의 기원 "왜 ‘얼굴’이었나?"
토스의 모든 전략은 ‘고객의 가장 본질적인 고통을 해결한다’는 대원칙에서 출발한다.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사회에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8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다. 마침내 아홉 번째 아이템인 간편송금은 ‘송금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당시 금융의 가장 큰 고통을 정조준해 시장을 평정했다. ‘완벽함보다 실행(Execution over perfection)’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사용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만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였다.

페이스페이는 이 성공 방정식의 재현이다. 

토스가 보기에 오늘날 오프라인 결제의 가장 큰 고통은 ‘결제를 위해 무엇인가를 반드시 꺼내야 하는 행위’ 그 자체다. 무거운 지갑에서 카드를 찾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하고 인증하는 모든 과정은 여전히 번거롭다. 

페이스페이는 마지막 남은 물리적, 심리적 허들을 제거하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단 1초’ 만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경험은, 귀찮음을 극도로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 가장 직관적인 해결책이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미래를 두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조차 생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실험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토스의 성장 단계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토스는 1단계(2015-2018)에서 간편송금으로 폭발적인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고, 2단계(2018-2021)에서는 뱅킹, 증권, 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출범시키며 사용자를 생태계 안에 강력하게 묶어두는(Lock-in)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24년 창사 11년 만의 첫 연간 흑자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3단계, 즉 ‘수익화 및 지속 가능한 성장’ 국면에 진입하며 토스에게 필요한 ‘넥스트 스텝’을 민첩하게 잡아가는 분위기다. 

바로 거대해진 온라인 생태계의 영향력을 현실 세계로 확장하고,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방대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데이터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 선봉은 페이스페이다.

‘습관’의 설계 
토스의 진짜 강점은 단순히 편리한 기능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그 편리함을 통해 사용자가 무의식적으로 반복 사용하는 ‘습관’을 설계하는 데 있다.

페이스페이는 이 ‘습관 설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저 페이스페이가 제공하는 ‘1초 결제’는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지적 마찰’을 제거하는 경험의 완전한 재설계기 때문이다. 

카드 결제 시 우리는 ‘지갑 찾기 → 카드 선택 → 단말기 삽입/터치 → (필요시) 서명’의 과정을 거친다. 모바일 결제 역시 ‘스마트폰 찾기 → 잠금 해제 → 앱 실행 → 결제 수단 선택 → 인증’이라는 여러 단계를 요구한다. 각 단계는 짧지만, 사용자의 뇌는 무의식적인 스트레스와 판단의 과정을 반복한다.

페이스페이는 이 모든 과정을 ‘단말기를 바라본다’는 단 하나의 직관적인 행위로 통합한다. 계산대 앞에서 허둥대는 경험을 원천 차단하고,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게 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시범 운영 이후 누적 가입자 40만 명 돌파, 월 재이용률 60%라는 준수한 초기 데이터를 얻은 배경이다. 기술적 신기함을 넘어, 한번 경험하면 이전의 불편함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강력한 중독성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토스는 간편송금이 ‘돈을 보내는 행위’의 국민적 표준이 되었듯, 페이스페이를 통해 ‘돈을 쓰는 행위’의 새로운 표준, 즉 새로운 국민적 습관을 창조하려 하고 있다.

다만 혁신은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다. 특히 ‘얼굴’이라는 가장 사적인 생체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에 있어 신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토스도 이 지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기술적 안전장치와 제도적 공신력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신뢰의 건축술’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페이스페이 개발을 이끈 최준호 TPO가 1초라는 찰나에 ▲사진이나 영상 등 위조된 얼굴을 걸러내는 ‘라이브니스(Liveness)’ 기술 ▲쌍둥이도 구분할 만큼 정교한 독자적 ‘안면 인식 모델’ ▲결제 패턴을 분석해 사기를 막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동시에 작동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이는 외부의 공격을 막는 기술적 방화벽이다.

토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국내 얼굴 인식 결제 기술 중 유일하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적정성 검토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불안감에 ‘국가 공인’이라는 제도적 안정감을 더해주는 현명한 전략이다. 이는 서비스 출시 전부터 정부와 함께 개인정보 처리의 모든 과정을 점검하고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했음을 의미하며, ‘우리는 기술만 앞세우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금융기관 수준의 책임감을 가진 기업’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다. 여기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100% 책임 보상 정책은, 사용자가 어떤 불안도 없이 오직 편의성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마지막 안전핀 역할을 한다.

사진=토스
사진=토스

온·오프라인을 잇는 거대한 구상
페이스페이의 진정한 가치는 독립된 결제 서비스가 아니라, 토스가 지난 수년간 구축해 온 슈퍼앱 생태계의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마지막 연결고리’라는 데 있다. 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하나로 엮어 강력한 선순환 구조, 즉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를 창출하려는 거대한 설계의 정점이다.

우선 하드웨어다. 

아무리 뛰어난 서비스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페이스페이 전국 확산의 선봉에는 결제 단말기 전문 자회사 ‘토스플레이스’가 있다. 

‘하드웨어 삼각편대’가 구축됐다. 기존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 없이 추가 설치만으로 페이스페이를 쓸 수 있는 ‘토스 프론트뷰’, 키오스크에 간단히 부착하는 ‘토스 프론트캠’은 매장의 투자 부담을 최소화한다. 이는 페이스페이가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골목의 작은 카페와 식당까지 모세혈관처럼 퍼져나가게 할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토스플레이스는 자연스럽게 단순한 단말기 판매사가 아니라, 토스 생태계를 오프라인에 심는 ‘개척자’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하드웨어가 영토를 넓히는 교두보라면, ‘앱인토스(Apps-in-Toss)’는 그 영토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통제하는 운영체제(OS)다. 앱인토스는 개별 상점들이 토스 앱 안에 자신만의 미니 앱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다.

페이스페이와 앱인토스가 결합된 미래의 소비 경험은 다음과 같다. ①사용자는 토스 앱의 ‘내 주변’ 탭에서 평점 좋은 레스토랑을 발견한다. ②앱인토스에 입점한 해당 레스토랑 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하고 예약을 완료한다. ③매장에 도착해 ‘토스 페이스페이’로 1초 만에 결제를 마친다. ④결제와 동시에 해당 매장의 멤버십 포인트는 자동으로 적립되고, 다음 방문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이 토스 앱으로 즉시 발급된다. ⑤며칠 뒤, 토스 앱은 해당 레스토랑의 신메뉴 출시 알림을 보내 재방문을 유도한다.

이처럼 ‘탐색 → 예약 → 결제 → 혜택 →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전 과정이 토스라는 단일 플랫폼 안에서 끊김 없이(Seamless) 이루어진다. 오규인 부사장의 말처럼, 페이스페이는 이 모든 여정을 하나로 꿰는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다.

그리고 이 폐쇄 루프(Closed-loop) 생태계가 완성될 때, 토스는 비로소 궁극의 자산인 ‘데이터’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얻게 된다. 

토스는 이미 토스페이먼츠를 통해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슈퍼앱의 계좌/카드 연동 서비스를 통해 소비 내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페이는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방대한 오프라인 현장 결제 데이터, 심지어 ‘앱인토스’를 통해 소비의 맥락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흡수하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된다.

이렇게 수집된 360도 금융 및 소비 데이터는 토스 생태계 전체를 고도화하는 연료가 될 전망이다. 개인의 소비 패턴에 기반한 초개인화 광고, 더 정교해진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통한 합리적인 대출, 자산 규모에 맞는 보험 상품 추천 등 모든 서비스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서로에게 데이터를 공급하며 함께 가치를 키워나가는 강력한 생태계가 꾸려지는 큰 그림이다. 물론 먼 미래지만, 의외로 그 미래는 빨리 올 수 있다.

‘네·카·토’ 대전의 새로운 국면
페이스페이의 출현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로 고착화된 핀테크 삼국지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각 플랫폼이 추구하는 전략적 방향성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페이스페이를 통해 아예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 자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사들이 모바일 결제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동안, 토스는 결제 행위의 본질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파괴적 혁신’에 가깝다. 

토스는 ‘금융 그 자체’의 깊이를 파고들어 대출 중개 시장을 석권했듯,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불편함을 해결하는 ‘본질적 접근’으로 시장의 룰을 바꾸려 한다. 이는 카드사들이 수십 년간 지배해 온 플라스틱 카드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며, 경쟁 핀테크 기업들에게는 쉽사리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경험적 해자(Moat)를 구축할 전망이다.

만약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토스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송금부터 결제까지, 탐색부터 재방문까지 개인의 모든 금융 및 소비 여정을 지배하는 전례 없는 ‘금융 제국’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이승건 대표가 꿈꾸는 ‘금융 공화국’의 비전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며, “우주인이 토스를 쓸 때까지” 나아가겠다는 그의 담대한 목표를 향한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와의 경쟁, 시장 규제 및 보안 등 돌발 상황 가능성, 무엇보다 간편송금에서 시작된 토스의 판 흔들기에 시장이 마냥 따라갈 것이라 착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 특히 페이스페이 생태계를 어느정도 키워내도 이를 다양한 자사의 서비스와 정밀하게 조립,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난관의 연속, 지뢰밭이다. 금융 이상의 영역에서 강력한 생활밀착형 생태계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