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서 오는 20일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5’이 막을 올린다.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다. E3의 퇴장 후 명실상부한 세계 유일의 게임쇼로 등극한 게임스컴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재편된 글로벌 게임 산업의 패권을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기 때문이다.
72개국 1500개 이상의 역대 최대 규모 참가 업체와 23만3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전시 공간은 회복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향한 업계의 열망 그 자체다.
이 거대한 전쟁터 한복판에 대한민국 게임사들이 운명을 건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까지 모바일과 MMORPG라는 익숙한 공식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K-게임은 이번 게임스컴을 기점으로 체질 개선을 통한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목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소극적 구호가 아닌 ‘글로벌 AAA 콘솔 시장의 주도권 확보’라는 원대한 포부다.
선봉에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서 있다. 2년 연속 게임스컴에 출품하며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경험을 예고한 붉은사막은 서구권 개발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AAA급 싱글 플레이 어드벤처 장르에 던지는 K-게임의 가장 강력한 도전장이다. 게임스컴 어워드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술력과 잠재력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펄어비스의 성패는 향후 수많은 국내 개발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크래프톤의 전략은 더욱 영리하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신화를 넘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심즈’의 아성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장르의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엔씨소프트도 눈길을 끈다. 리니지의 그림자를 벗기 위해 엔비디아와 손잡고 ‘신더시티’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과시하며 B2B관에서 ‘아이온2’ 등 차세대 라인업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과 결별하고 기술과 장르의 혁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케이타 이다 엔비디아 개발자 협력 부문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DLSS 4 멀티 프레임 생성 기술을 ‘신더시티’에 적용하는 등 엔씨소프트와 최고의 게임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협업을 진행하게 되어 기쁘다”며 “’신더시티’는 GeForce RTX 50 시리즈의 강력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눈부신 비주얼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현 빅파이어 게임즈 대표는 “게임 개발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협업하게 되어 기쁘다”며 “기술 제휴를 통해 ‘신더시티’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차별화된 플레이 경험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한국공동관과 네오위즈가 꾸린 인디 아레나 부스도 있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저변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무대다. 대작들의 화려함 속에서 빛을 발할 중소 게임사와 인디 게임의 창의력은 K-게임의 미래를 밝힐 또 다른 희망이다.

다만 K-게임의 도전은 결코 쉽지 않다. 당장 한쪽에서는 ‘닌텐도 스위치 2’의 라인업을 들고 돌아온 닌텐도와 ‘엑스박스’ 진영을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통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너 오브 킹즈: 월드’를 앞세운 텐센트와 ‘원신’ 신화를 쓴 호요버스 등 막강한 자본과 개발력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 사이에서 자신만의 생존법과 필살기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이제 게임은 평균 연령 40세의 주류 문화이자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그리고 이번 게임스컴은 K-게임이 글로벌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할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