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쉬었음' 청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총 44.5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청년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구직활동과 취업 의지가 없는 '쉬었음' 청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 전체의 경제적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18일 한경협이 이미숙 창원대 교수에게 의뢰한 「'쉬었음' 청년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 추정」 연구용역에 따르면, 만 15~29세 청년 중 '쉬었음'으로 응답한 집단의 규모는 지난 2019년 36만명에서 2023년 40.1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커피전문점과 전자상거래, 미용업을 중심으로 청년 사업체 증가세가 뚜렷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한 커피박람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커피전문점과 전자상거래, 미용업을 중심으로 청년 사업체 증가세가 뚜렷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한 커피박람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만 15~29세 청년 인구가 966만명에서 879만명으로 감소했음에도 '쉬었음' 청년의 집단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 절대적 청년 인구 감소 속에서도 경제활동에서 이탈하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44.8만명까지 급증한 후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3년 다시 증가 전환했다.

교육 수준별 분석에서는 대학교 이상 고학력 '쉬었음' 청년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대학교 이상 학력의 '쉬었음' 청년은 2019년 13.3만명에서 2023년 15.3만명으로 15.7% 증가했으며, 전체 '쉬었음' 청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8%에서 38.3%로 1.5%포인트 상승했다.

보고서는 고학력 청년이 경기 상황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신중하게 일자리 진입을 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 CU에서 고객이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 CU에서 고객이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경제적 비용 산정을 위해 한국노동패널조사를 기반으로 성향점수 매칭법을 적용한 결과, '쉬었음' 청년의 예상 월소득은 2023년 기준 약 180만원으로 취업 청년(217만원)의 82.7%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5년간 '쉬었음' 청년의 임금 추정치는 취업 청년의 78.5%~85.9% 범위에서 형성됐다.

연도별 '쉬었음' 청년 인구와 이들의 예상 소득 및 고용주 사회보장부담금을 합산해 산정한 경제적 비용은 2019년 7조4140억원에서 2023년 9조5969억원으로 증가했다. 5년간 누적 경제적 비용은 44조49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출됐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 급증 이후 감소했으나 전반적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DB
'2017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DB

한경협은 정책 대안으로 교육수준별 맞춤형 정책지원을 제시했다. 고졸 미만은 기초역량 강화 및 취업 연계형 일자리 지원, 고졸은 현장 학습형 프로그램 및 직무·기술 재교육 지원, 대졸 이상은 전략산업·공공 청년 일자리 사업 확대를 차별화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발견·정보공유 시스템 구축도 제안했다. 광역지자체별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지자체-학교-복지기관 간 협약 및 정보공유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심리·회복지원 프로그램 도입도 권유했다. 각 지역 보건소나 청년지원센터에서 '무기력 극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성취 경험 유도를 위한 단기 업무 기반의 '청년 회복형 근로장학제도', 3개월 이상 전담하는 '청년 동행 매니저 제도' 등을 통해 심리적 회복과 경제활동 동기 부여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부진 장기화로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지난달 '쉬었음' 청년이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청년들의 취업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며 "'쉬었음' 청년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과 함께 내수진작, 규제 완화 등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신규 고용 여력 확대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