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역량에 집중하며 ‘초격차’ 회복에 나선다. 최근 파운드리 대형 계약을 잇따라 따낸 데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 후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HBM4 샘플 공급…점유율 확대 시동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마친 뒤 귀국하면서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주가 넘는 장기 출장 이후 성과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대미(對美) 투자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핵심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HBM 전략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I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3E 제품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3분기 중 납품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독주 체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5세대)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진입이 늦어졌다. 다만 AMD에 HBM3E 12단, 브로드컴에 HBM3E 8단을 공급하며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뺏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차세대 AI 반도체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HBM4가 삼성전자의 반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c 나노 공정 전환 승인을 완료해 제품 개발을 끝내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라며 “내년 HBM4 수요 확대 시점에 맞춰 공급을 적기에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 기대도 크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4는 공급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0%, 마이크론 20% 수준의 점유율이 예상된다”며 “1cnm 품질 개선, 후공정 수율 개선, 공격적인 증설을 감안하면 점유율 상승이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하반기 전략은?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테슬라, 애플 등과 잇달아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출장에서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후속 논의를 이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미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주 오스틴의 파운드리 법인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는 상반기 매출 2조2968억원, 영업이익 42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6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판매법인 ‘삼성 반도체’(SSI)의 매출도 17조7267억원에서 22조7204억원으로 28.2% 늘었다.
하반기에도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관세 불확실성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모두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지속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의 경우 AI 서버향 수요 강세를 바탕으로 한 시장의 고용량화 및 제품 다변화 추세를 HBM, 고용량 DDR5, 서버향 LPDDR5x 등의 제품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와 응용처 다변화를 통해 수요 둔화를 극복하고, 파운드리는 공정별 맞춤 전략을 바탕으로 기술·제조·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
한편 이 회장은 오는 24~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방안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