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 내 개인간거래(P2P)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네이버는 지난 11일 1784 사옥에서 ‘2025 카페 매니저스 데이’를 열고 카페 전용 새로운 안전거래 솔루션을 오는 9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자간 거래가 활발한 카페 매니저 100여 명이 참석했다. 네이버는 이 자리에서 카페 운영의 고질적 문제였던 거래 사기 및 분쟁을 해결할 카드로 팀네이버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안전거래 솔루션을 꺼내 들었다. 이는 네이버가 커머스를 넘어 UGC 서비스 전반으로 넓히고 있는 안심보장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다.

새 솔루션의 핵심은 ‘안전’과 ‘신뢰’다. 먼저 네이버 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거쳐야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원을 보장했다. 여기에 구매자의 결제 대금을 거래 완료 시점까지 네이버가 보관하는 네이버페이 에스크로 안전결제를 적용했다. 판매자가 실제로 네이버페이로 구매했던 상품인지 이력을 연동해 확인하는 기능도 더해 중고거래의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네이버가 개인간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간 네이버 카페는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를 탄생시킨 모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기 범죄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카페 매니저들이 자율적으로 사기꾼을 걸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네이버의 참전은 기존 중고거래 전문 플랫폼인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겐 상당한 위협이다. 이들 플랫폼이 별도로 구축해야 했던 본인 인증 결제 시스템 분쟁 해결 인프라를 네이버는 이미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다 이용자를 확보한 네이버 인증서와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페이를 결합하는 것은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강력한 무기다.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특히 네이버는 분쟁조정센터를 직접 운영해 거래 과정의 분쟁을 중재하고 개인간거래에 특화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사기 방지와 분쟁 해결이라는 가장 큰 운영 부담을 짊어지던 카페 매니저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결정적 한 수다.

나아가 네이버는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안전거래가 발생하는 카페에 수익을 분배하는 지원 프로그램까지 준비 중이다. 이는 카페 매니저를 단순 관리자에서 ‘사업 파트너’로 격상시켜 네이버 생태계 안에 강력하게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을 통해 동네 기반 직거래 정보 중심이었던 ‘이웃 중고거래’ 페이지 역시 전국 단위의 신뢰도 높은 상품을 모아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는 지역 기반 거래로 차별화를 꾀한 당근마켓의 영역까지 넘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네이버 이일구 콘텐츠서비스 부문장은 “네이버 카페는 정보를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넘어 관심사 중심의 개인간거래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며 “‘안심보장’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거래하도록 지원하고 건강한 카페 문화의 핵심인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수익 쉐어 프로그램 등 함께 성장할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