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일제히 멤버십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고객 서비스를 대폭 늘려 더 많이, 자주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큰손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방법도 다양하다. 11번가와 SSG닷컴은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발표하는 한편, 무신사는 VVIP 등급을 신설했다.

반복 구매 고객 확보로 수익성 제고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의 멤버십 서비스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며 적극적인 모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이는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2023년(-1.4%)에 이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경기 침체 여파에 이커머스 성장률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연간 온라인쇼핑 동향’ 집계 결과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통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인 242조897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증가 폭은 매해 둔화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5.8%로 ▲2021년(20.2%) ▲2022년(10.3%) ▲2023년(8.3%)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상황이 이렇자 이커머스 업계는 멤버십과 VIP 서비스를 강화하며 ‘락인(Lock-in)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락인 효과란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해당 브랜드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존의 인터넷 쇼핑이 하나의 플랫폼에 머물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었다면, 경쟁 업체가 많아지는 현 상황에서는 산토끼보다는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C커머스의 한국 진출 등 경쟁 업체가 급격히 증가하며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했다면, 적립금, 쿠폰 등 멤버십 혜택을 파격적으로 주기 시작하면서 반복 구매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유료 멤버십의 경우 돈을 낸 만큼 혜택을 받겠다는 심리가 더해지며 충성고객으로 전환될 확률이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CJ온스타일이 지난해 4월 멤버십 제도 개편 이후 1년간 모바일 라방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주문 고객의 40%가 VIP 또는 VVIP 우수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평균 모바일 라방 주문 금액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4% 증가했다.

11번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9개월간 11번가 고객의 구매 형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멤버십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은 미가입 고객 대비 80% 가까이 높았으며, 인당 구매 상품 수도 미가입 고객보다 90% 이상 많았다.

멤버십 무료 가입부터 VIP 서비스 강화까

사진=11번가, SSG닷컴
사진=11번가, SSG닷컴

이에 11번가, SSG닷컴,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은 저마다의 특색을 담은 멤버십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무료 멤버십 ‘11번가 플러스’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이 최대 5명까지 패밀리를 결합해 11번가에서 함께 구매하면, 매월 다양한 혜택을 받는 무료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패밀리와 함께 구매 목표를 달성하면 ‘11페이 포인트’를 받게 되고 ▲마트 ▲뷰티 ▲캠퍼스 등 카테고리별 혜택과 ‘7% 장바구니 할인쿠폰’ 등도 누릴 수 있다. 아울러 14일부터는 멤버십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 구매 시 11페이 포인트를 최대 5만 포인트까지 추가 적립해 주는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SSG닷컴은 이달 말까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가입 시 기존 연 3만원이었던 가입비를 면제해 주는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이와 함께 14일까지 일주일간 멤버십 회원 전용 행사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위크’를 진행한다. 이 기간 10만원 이상 주문 후 이벤트 페이지에서 신청까지 마친 멤버십 회원에게는 장보기 지원금 5000원을 선착순 지급한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SSG닷컴을 비롯해 G마켓,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6개사를 아우르는 쇼핑 혜택을 제공하는 통합 멤버십이다. 

한편, CJ온스타일과 무신사는 VIP 서비스를 강화하는 노선을 택했다.

먼저 무신사는 지난 7월 1일 개편된 회원 등급 제도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최고 레벨 8(다이아몬드)까지였던 무신사 회원 등급에 ‘VVIP’ 격인 레벨 9(블랙 다이아몬드)등급도 새롭게 추가했다. 9등급은 누적 포인트 1억점 이상 시 달성할 수 있으며 ▲4% 등급 할인 ▲최대 8% 등급 추가 적립 ▲9% 상품 쿠폰 ▲복수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5% 장바구니 쿠폰을 제공한다.

개편과 함께 무신사는 신규 혜택으로 레벨 3~9등급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5% 할인율의 장바구니 쿠폰도 매월 발급할 예정이다. 장바구니 쿠폰은 기존에 ‘상품’ 단위로만 적용되는 등급 쿠폰과 달리 다수 상품에 같은 할인율을 일괄 적용할 수 있다. 무신사는 회원 등급별로 차등 지급하는 쿠폰팩에 대해서는 프로모션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할인 요소를 월 단위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7일까지 일반 회원 고객들에게 VIP 전용 혜택을 전면 개방하는 ‘전 고객 VIP WEEK’를 운영했다. 이는  VIP 혜택을 일반 회원에게도 확장 제공함으로써, 멤버십 전환을 도모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CJ온스타일의 경우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2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VIP로, 5회 이상·5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VVIP로 정의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낮은 성장률이라는 장벽에 부딪힌 현 시점, 멤버십 서비스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