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K조선 3사가 2025년 2분기 에도 변함없이 호실적을 거둬들이며 순항했다. 조선업 호황에 더불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와 글로벌 LNG 수요 증가 등 실적 상승 기대 요인이 다양하다.

계열사 모두 승승장구하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4284억원, 영업이익 9536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53.3% 증가한 수치다.

생산성 개선과 고선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가 주효했다. 계열사별로는 HD현대중공업이 매출 4조1471억원, 영업이익 471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는 각각 매출 2조1187억원, 1조2345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3717억원, 894억원을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대형·고부가가치선박 위주 건조하는 HD현대중공업부터, 중소형 컨테이너선·PC선·LPG선·등을 주로 건조하는 HD현대미포로 이어지는 다양한 수주 포트폴리오와 압도적 수주 물량이 강점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의 경우 LNG운반선(LNGC)와 컨테이너선으로 대표되는 상선 부문과, 전투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 사업을 동시에 영위한다. 이번 2분기 실적에서는 해당 사업부들의 영업이익이 각각 11.8%,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였다.

향후 수익성도 열렸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잔고를 다수 확보한 상태다. 매출 기준 수주잔량은 224억 달러(약 31조1300억원)로, 인도 일정이 2~3년치 확보돼 있어 향후 시장 변동성에도 대응력이 높다.

HD현대미포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 수혜를 누리고 있다. 지난 4월 2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과 18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선종은 그간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와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선점하다시피 한 선종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인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이 2023년 이후 최근 선가가 급등하면서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채우고 있다. 일련의 호재에 힘입어 HD현대미포는 2024년 1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2분기부터 1년 연속 흑자를 유지 중이다.

FLNG의 삼성중공업, 연내 2기 수주 노린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매출액 2조6830억원, 영업이익 20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 56.7% 증가한 수치다. 매출 확대에 따른 고정비 감소 효과, 고수익 선종의 매출 비중 증가 등의 영향이 주효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00억원을 돌파한 영업이익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돌파한 일은지난 2014년 2분기 이후 11년 만이기 때문이다. 공정 개선으로 인해 캐나다 시더 FLNG 프로젝트의 일정이 한 달 앞당겨지면서 수익 실현 시점도 빨라졌다.

삼성중공업은 명실상부 FLNG 1인자의 면모를 보이는 중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는 약 9척으로 파악된다. 그중 삼성중공업은 5대를 수주하며 홀로 절반 이상의 물량을 소화해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다. 건조가 까다롭지만 일반 고부가가치선 대비 가격이 5배 이상 비싼 만큼 수주 성공시 매출은 보장된 셈이다.

2025년에도 2대의 FLNG 수주가 기대된다. 코랄 FLNG 수주가 가시권이며, 북미 델핀 수주도 유력하다.

그렇다고 다른 선종이 밀리는 것도 아니다. 지난 4월에는 5619억원 규모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선 2척을 수주했다. 가장 비싼 LNGC의 경우 현재 63척(142억달러)의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으며, 하반기 미국발 LNGC 중심으로 32억달러 추가 수주가 목표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셔틀탱커 9척, LNGC 1척, 컨테이너선 2척, COT 4척, VLEC 2척 해양생산설비 1척을 수주하는 등 선종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선종 믹스 중인 한화오션, 해외 진출도 속도전

한화오션은 가장 극적인 실적 변화를 보였다. 2분기 매출 3조2941억원, 영업이익 371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만 6303억원이다.

저가 수주한 물량이 줄어들고 고선가 물량의 수익 실현만 남았다. 특히 상선사업부는 LNG선 비중 확대로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다.

향후 성장세도 열렸다. 눈에 띄는 점은 선종 다변화다. 대만 선사들의 고부가 컨테이너선 발주가 한화오션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따냈다. 6월 말 기준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척당 3700억원 이상으로, 현존하는 모든 선종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7월 18일에는 대만 양밍해운이 제404차 이사회를 열고 1만5000TEU(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7척을 한화오션에 발주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타르발 LNG운반선 물량 의존도가 높은 조선사였다. 클락슨리서치와 IBK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 2, 3분기 한화오션의 수익에서 카타르 1차 LNG운반선(2021년 수주)이 차지한 비율은 각각 65%, 60%, 49%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런 흐름이 지난해 4분기부터 카타르 제외 LNG운반선(2022년 수주) 물량의 수익화가 급격히 실현되며 달라지고 있다. 더불어 2023년까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컨테이너선 물량 역시 2024년 6척, 2025년에는 1분기에만 6척을 수주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기타 탱커 물량도 2024년 이후 11척의 수주잔고를 유지 중이다.

이런 선종믹스는 특정 선종 발주 감소나, 기존 고객과 거래 중단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특수선 분야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대표 수혜자다. 지난해 인수 완료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는 양국 조선협력의 상징이 됐다. 현재 한화오션은 이를 활용해 미국 군함 MRO(유지 보수 정비) 수주 등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눈에 띄는 건 필리조선소와, 계열사 필리십야드의 활용 방안이다. 필리조선소는 도크가 작고 설비 최신화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대형 선박 건조는 여전히 힘들다. 이에 한화오션은 계열사인 한화오션이 LNG운반선을 필리십야드에 발주하고, 필리십야드가 이를 다시 거제조선소에 하청을 주고 건조하는 계약 구조를 형성했다.

다소 생소한 계약 구조를 통해서라도, 미국 현지 선박법과 해운법을 적용받는 선박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고도화된 조선 기술을 한화필리십야드에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목적도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한 첫 행보로 봐달라”며 “미국 연방정부가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미국산 LNG운반선을 활용한 미국산 LNG 수출 운송 의무화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선 3사는 마스가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사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각사 임원과 직원을 1명씩 차출해 한미 조선 협력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언급한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 조선 전용 펀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와 현지 발주 물량 수주 등 적극적 진출을 꾀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업무협력을 맺고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현지서 공동건조하거나, 조선방산업체 헌팅턴 잉걸스와 조선 역량을 공유하는 등 간접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FLNG에서 독주하는 만큼, 알래스카 LNG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