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기념사업회는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황순원작가상은 주수자 소설가, 황순원시인상은 김구슬 시인, 황순원신진상은 차인표 소설가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주수자 작가의 장편소설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달아실), 김구슬 시인의 시집 ‘그림자의 섬’(서정시학), 차인표 작가의 소설 ‘인어사냥’(해결책)이다.
황순원양평문인상 대상은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푸른산)를 펴낸 강정례 시인이 수상했고, 우수상은 노순희 시인과 김은희 수필가에게 각각 돌아갔다.
황순원문학상은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양평군, 경희대학교,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황순원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시상식은 9월 12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열린다.
황순원작가상 수상작 : 주수자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주수자 작가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달아실)는 일제강점기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타나기까지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는 해례본을 알아보고 발견한 김태준이 사형장에서 처형되기 전후 1분 동안을 액자 삼아, 정음(한글)이 증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음은 김태준을 비롯해 세종 시절 소리꾼 이팔삼과 언문 투서를 담당한 사헌부 감찰, 구한말 성경의 언문 번역본을 남긴 한 소녀 등 ‘역사의 강물’에 흘러간 사람들을 건져낸다.
주인공을 정음(한글)으로 삼은 독특한 시점, 스토리와 에피소드를 섞어 짧은 호흡으로도 읽을 수 있는 구성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수자 작가는 출간 당시 ER문화부와 인터뷰에서 “한글은 문명을 움직이는 문자”라고 밝혔다.
황순원기념사업회는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가 “문학의 본질과 민족 언어의 정체성을 치열하게 되묻는 서사”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주수자 작가는 “마치 황순원 선생님께서 손수 문학상을 선물로 주신 것 같다”며 “문학에 대한 정열, 작가 정신, 그리고 순수함과 진실함을 누구보다 지켜낸 황순원 선생님의 이름을 가까이 지니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주수자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스위스·미국 등지에서 생활하다 2001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버펄로 폭설’, 시집 ‘나비의 등에 업혀’를 비롯해 희곡 ‘빗소리 몽환도’, ‘복제인간 1001’ 등을 연극 무대에 올렸으며, ‘빗소리 몽환도 Night Picture of Rain Sound’는 영국과 몽골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연극 ‘빗소리 몽환도’는 지난 6월 대학로에서 재연된 바 있다.
황순원시인상 수상작 : 김구슬의 시집 ‘그림자의 섬’
김구슬 시인은 시집 ‘그림자의 섬’의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기다림 속에 있다. 마음 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씨앗이 싹트기를 기다린다. 그 씨앗이 잉걸불처럼 의식 밑바닥에 남아 있기에 삶을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김 시인의 시학은 언어에 대한 깊은 자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시는 자아 탐구이자 예술적 욕망의 형식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언어에 대한 탐색을 예술의 핵심으로 삼는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경남 진해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과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UCLA 객원교수, 한국 T. S. 엘리엇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협성대학교 명예교수다. 대표 저서로는 ‘T. S. 엘리엇과 F. H. 브래들리 철학’이 있으며, 홍재문학상 대상, 루마니아 미하이 에미네스쿠 골드메달 등을 수상했다.
황순원신진상 수상작 : 차인표의 소설 ‘인어사냥’
차인표 작가의 소설 ‘인어사냥’(해결책)은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둘러싸고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강원도 통천 지역 설화를 모티프로, 신라와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한 이중 서사가 펼쳐진다. 1902년 외딴섬의 어부 박덕무와 700년 해안가 소년 공랑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인어와 강치를 둘러싼 비밀에 접근한다. 시대 고증과 심리 묘사를 기반으로 한 극적 구성이 영화적 몰입감을 주며, 작가가 추구하는 ‘글로 쓴 영화’라는 창작 지향점을 뚜렷이 보여 준다.
배우인 그는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은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써도 좋다는 조용한 허락처럼 다가왔다”며 “더 겸손히, 진심을 담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황순원양평문인상 대상작 : 강정례의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
강정례 시인의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푸른산)는 기억과 감정을 네 개의 장으로 풀어낸 시집이다.
제1부 ‘나의 미래는’에서는 가족, 상실, 일상 속 사유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김밥’, ‘거울아 거울아’, ‘4.16 비 오는 날의 일기’ 등 감정과 기억을 포착한 시들이 담겼다.
제2부 ‘사랑’에서는 제목 시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를 비롯해, 모성과 그리움,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들을 되짚는다. ‘촛불과 어머니’, ‘몽이와 엄마 사이’, ‘양평의 사계’ 같은 시편이 특징적이다.
제3부 ‘가람을 걷다’는 병실, 일상 공간, 시간의 흐름을 관찰하는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8033호실에서’, ‘사우나’, ‘관절’, ‘내 친구야’ 등에서 노년과 존재를 향한 성찰이 드러난다.
제4부 ‘풀쑥 물들다’는 삶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대파와 쪽파’, ‘풀쑥 물들다’, ‘어머니의 근로기준법 2’, ‘살풀이’, ‘벽장속의 애인’ 등에서 감정과 생의 층위를 펼쳐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