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Heatflaciton)’이 현실화하고 있다. 평년을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다. 그뿐만 아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인 비를 퍼붓는 극한 호우의 영향으로 농산물 산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고환율 추세도 장기화하며 먹거리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안정적인 물량 수급과 신선식품 가격 방어를 위해 해외 직소싱을 늘리는 한편, 다양한 할인 행사를 전개해 물가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먹거리 물가 얼마나 올랐을까

5일 정부 부처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은 5일 2025년 7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한다.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 등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뒤 5월에는 ▲1.9%로 떨어졌다. 이후 6월에 2.2%를 기록하며 다시 2% 대로 복귀했다. 지난 6월의 경우, 특히 축산물(4.3%), 수산물(7.4%), 가공식품(4.6%), 외식(3.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먼저,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과 7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총 46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배추 가용물량을 기존 1만7000t에서 3만5500t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한우 공급량도 평시보다 1.3배 확대한다.
이와 함께 식품·유통업계와 손잡고 7월~8월 두 달간 라면, 빵, 커피, 아이스크림, 김치 등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최대 50%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7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는 5일에도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정부 차원의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7월 소비자물가 역시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연구원이 1991년부터 2021년까지 총 31개년 중 폭염이 길었던 16개 연도를 대상으로 물가 상승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의 평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를 0.2% 웃돌았다. 특히 농축수산물의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에 비해 0.5%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그에 반해 폭염 약세 연도의 경우 하반기 물가가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폭염의 영향으로 배추, 수박, 토마토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은 60% 이상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수박 한 통의 가격은 3만3337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7.6% 올랐다. 아울러 같은 기간 배추 상(上)품 소매가격은 포기당 6114원으로 한 달 전, 전년과 비교해 각각 11.2%, 68.0% 올랐다. 토마토의 경우에도 1kg당 6716원으로 1년 전보다 42.6% 비싸다. 이 밖에도 계란, 시금치, 복숭아 등 농축산물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고환율도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이 발표한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특히 소비자 수요가 높은 대표 수입 수산물인 ‘연어’가 포함된 ‘냉동 어류’는 수입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이는 고환율 영향이 지속하며 수입 금액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물가에 소비자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4일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경숙(55세)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장을 보는 게 무서울 지경”이라며 “한 달에 식비만 100만원 넘게 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트·편의점 물가 잡기에 총출동

먹거리 물가 상승에 서민 경제 빨간불이 켜지자, 유통업계도 물가안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해외 직소싱을 늘려 수급의 안정화를 꾀하고, 1000원 이하의 다양한 PB를 내놓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롯데마트는 해외 직소싱과 국내 지정 농가 운영을 통해 식재료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부터 국내 유통업계 처음으로 칠레 연어 ‘지정 양식장’을 운영한다. 지정 양식장의 경우 사전 계약 방식으로 진행돼 환율 영향을 덜 받아 고환율 시기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어를 들여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1000여톤의 연어 원물을 사전 계약해 국제 시세 대비 최대 15% 저렴하게 수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베트남 고산지에서 재배한 ‘B750 바나나’를 직소싱해 연간 2000톤 이상 들여오고 있으며, 필리핀산 대비 1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계육에서는 ‘지정 농가’ 제도를 도입해 하림과 생산 전 과정을 관리하는 등 시세 변동에 영향받지 않는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가성비 PB인 ‘심플러스’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일환으로 다양한 1000원 음료를 내놓는 중이다. 지난 6월 500ml 용량의 커피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5L 용량의 차음료 3종을 출시했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심플러스 커피 3종은 출시 42일 만에 누적 판매량 61만 개를 돌파했으며 PB음료 전체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가량 증가했다.
소비쿠폰 사용처인 편의점업계도 나선다. GS25는 8월 한 달간 필수 먹거리·생필품·신선식품 등 1700여 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속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매장별 평균 운영 상품 수가 3000여종임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의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셈이다. 할인 품목도 음료, 생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철 인기 품목부터 즉석밥, 가공식품까지 다양하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은 “GS25는 8월에도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필수 먹거리, 생필품 등 품목에 대해 파격 행사를 이어간다”라면서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안정과 내수 활성화에 지속 주력해 고객 생활 문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