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의 개명은 부상, 부진 등 필사의 각오를 다질 때 이뤄진다. 뒤가 없다는 이야기다.

에어인천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에어제타의 이야기이다.

에어제타는 1일 서울 마곡사무소에서 진행 예정인 통합 출범식에서 새 사명과 기업로고(CI)를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는 전날 운행을 마친 뒤 이날 인수인계를 마무리 한다.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출발한 OZ2851편의 운항을 마지막으로 화물사업 부문 영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청약도 진행한다. 총 8200억원 규모이며 해당 자금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대금과 운영자금에 사용된다.유상증자 청약이 마무리되는대로 아시아나항공에 화물사업부 매각대금 4700억원을 납입해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에어제타 출항식 기념 사진. 사진=에어제타
에어제타 출항식 기념 사진. 사진=에어제타

인천에서 전국구로

에어인천이 에어제타로 사명을 바꾼 이유는 여러가지다. 국내 항공 화물 사업 시장 6위에서 2위(운송량 기준)로 올라선 에어인천은 중심 사업인 화물 운송 사업을 토대로 전국 단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다.

우선 화물 점유율 향상이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지난해 3만9929톤의 화물을 운송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화물 운송량(43만7387톤)을 그대로 흡수하면 16.1%로 뛰어오른다. 2024년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화물 운송량은 총 290만 6067톤 가량으로 전 세계 3위 수준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아시아나항공 및 조업사 직원들이 화물기로 개조한 A350 항공기 기내에 수출화물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아시아나항공 및 조업사 직원들이 화물기로 개조한 A350 항공기 기내에 수출화물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올해도 에어제타는 1484편 운항해 1만9151톤의 화물을 날랐다. 조건을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국제선·화물기로 했을 때 아시아나항공이 나른 20만7848톤을 에어제타가 그대로 흡수한다는 의미다.

미국 교통부에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 등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해 온 5개 노선의 화물 노선 운항 허가를 신청 중이다. 또 중국과 일본, 유럽, 동남아 지역으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도 동시에 밟고 있다.

서울 사무실도 지난 5월 옮겼다. 서울 강서구에 약 4132㎡(1250평) 공간에 경영본부. 화물사업본부, 운항본부, 안전보안실 등을 갖춘 공간을 만들어 1000여명 직원들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에어제타 출범식 제막 기념 사진. 사진=에어제타
에어제타 출범식 제막 기념 사진. 사진=에어제타

에어제타의 기존 직원 200명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등 인력 800여명까지 총 1000여명이 근무하게 된다.

그동안 B737-800 기종 화물기만 운용해왔던 에어제타는 통합에 따라 지난 2월 초 첫 장거리 화물기인 B747-400F 1대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먼저 빌려와 들여왔다. 이후 나머지 B747-400F 9대와 B767-300F 1대 등 10대를 추가로 이관받아 총 15대의 기단을 갖추고 향후 21개의 전략 노선에서 운항할 계획이다.

한편 에어제타는 지난 9일 에어인천 시절 특허청 지식재산정보 검색 서비스 'KIPRIS(키프리스)'에 'AIRZETA' 특허를 상표 출원한 바 있다.

특허청 KIPRIS에 등록된 에어인천 상표. 사진=KIPRIS 캡처
특허청 KIPRIS에 등록된 에어인천 상표. 사진=KIPRIS 캡처

새로운 시작, 에어제타

에어제타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기 주기장에서 주주사 대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투자사와 김관식 에어제타 대표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미주행 첫 화물기편 취항 기념 행사를 진행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또 오후 3시부터 서울 마곡사무소에서 이어진 출범식에서는 국토교통부, 항공·물류 업계 관계자, 투자사와 협력사,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비전과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에어제타 출범식. 사진=에어제타
에어제타 출범식. 사진=에어제타

김관식 에어제타 대표는 “그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나라 항공화물 성장의 역사를 함께 써 온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오늘부터는 에어제타라는 하나의 팀으로서 더 큰 도약과 혁신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더 빠르고 안전하며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통합인 만큼 국내 최대 항공화물 네트워크를 확립하여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항공물류 전문 플랫폼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어제타는 앞으로 안전과 품질 중심의 운영을 기반으로 ▲수출입 화물 수송 경쟁력 강화 ▲e-커머스 및 특수화물 시장 대응 ▲글로벌 항공화물 허브로의 성장 기반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에선 '항공물류의 새로운 미래, Beyond Asia to the World'라는 슬로건도 공개됐다.

에어제타 관계자는 "모든 임직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실현하고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화물 전문 항공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로비스 참여 논란 너무 이르다" 선그어

현대글로비스의 인천공항 글로벌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의 인천공항 글로벌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현대글로비스

다만 일각에서 등장한 현대글로비스의 참여는 아직 너무 이른 예상이라는 업계 내외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름 변경 후보에서도 에어인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에 비춰 새 사명으로 '글로시아'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되려 현대글로비스 내부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제타 대주주 펀드 '소시어스 한국투자 제1호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총 2006억원을 투자했다. 에어제타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한 것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소시어스 한국투자 제1호 PEF' 지분율은 약 45.2%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소시어스 PEF 지분 34.9%를 1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던 기존 공시보다 투자 계획을 늘렸다.

에어인천 화물기가 중국에서 화물을 운송 중이다. 사진=에어인천
에어인천 화물기가 중국에서 화물을 운송 중이다. 사진=에어인천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에어인천이 통합 항공사로 재편된 이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다만 에어제타의 펀드에 현대글로비스가 단순히 투자했을 뿐 경영권을 건들 수 없는 구조인 것이 현재의 사실이다.

복수의 애널리스트들도 이에 대해 제 3자가 외부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 입장에서는 좋아보이니까 투자를 했을 수 있겠다만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제타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리스크 감소 등을 위해 간접 투자하는 등의 해석은 애널리스트로서는 직접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마땅하지 않아 말하기 곤란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