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와 빌라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와 빌라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 취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부동산 취득이 크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들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면 국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1~23일 간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매매)를 신청한 외국인은 138명으로 전월 같은기간 130명보다 6.2%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인(40명), 캐나다인(10명) 등 순이었다.

같은 기간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내국인은 1만3019명에서 1만523명으로 19.2% 줄었다. 법인 매수도 1078곳에서 50.6% 급감한 533곳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부동산 거래가 줄고 외국인의 거래가 늘어난 것은 지난달 시행된 대출규제 영향으로 분석된다.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의 규제는 국내 금융기관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 규제에서 벗어난다. 또 외국인은 세대 현황 파악이 어려워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등 각종 세금 규제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내국인 역차별 논란은 대출 규제 전부터 제기돼왔다. 내국인은 부동산 구입 시 금융·세금 등 각종 규제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이 중국 등 해외에서 부동산 매입할 때 여전히 각종 규제를 받고 있어 외교 기본원리 중 하나인 '호혜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의 보유 주택은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10만216가구로 집계됐다. 2023년 말 9만1453가구와 비교하면 8763가구(9.6%) 늘었다.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수는 전체 주택의 0.52%에 해당한다.

외국인 소유 주택은 7만2868가구(72.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 3만9144가구(39.1%), 서울 2만3741가구(23.7%), 인천 9983가구(10%) 순으로 많았다.

시군구별로는 경기 부천이 5203가구(5.2%)로 가장 많았고, 경기 안산 5033가구(5.0%), 경기 수원 3429가구(3.4%), 경기 평택 2984가구(3.0%) 순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5만6301가구(56.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수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고 3년 이상 실거주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 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외국인의 토지 취득을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 허가 대상으로 명시한 개정안을 내놨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전 지역에 대해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윤덕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차등과세 도입에 대해 "국익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택 취득 비율은 높지 않지만 지역적 범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증가 추세에 있다"며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역차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호주의 차원에서 정부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광범위한 거래 규제보다는 지역별로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외국인이 많이 구입한 지역은 안산, 부천 등 직장이 많은 지역”며 “내국인 역차별은 개선이 필요하며 정부는 자유롭게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인처럼 한국인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급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외국인 허가제를 도입해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침체를 겪고 있는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은 외국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