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재계가 연이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8월 1일)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와 재계의 협상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관세 시한 ‘D-2’…미국으로 간 韓 재계
3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떠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은 두 번째 재계 총수 합류로, 막바지 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회장도 전날(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지난 17일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12일 만의 첫 외부 일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이 회장은 글로벌 주요 파트너사와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세 협상과 관련해 반도체 투자 확대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투자 상황 등을 점검하며 관세 협상 측면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3월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 조지아주 차량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의 새로운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한국이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구체화하고,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8월 1일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최종 협상을 위해 출국했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 통상 수장들과 추가 협상을 벌였다.
美 “최선의, 최종적인 협상안 달라”

한국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통보한 25%의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미국 측이 “최선의, 최종적인 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한국 측에 요구하면서 압박은 더욱 강해지는 상황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코노믹리뷰>에 “무역 협상에서 민간 기업의 투자 규모는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 재계가 미국으로 향한 것은 정부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를 투자,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AI6’ 칩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파트너십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 회장 및 고위 경영진과 화상 통화를 했다”며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양사의 강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 소장은 “미국도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무작정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관세 인상이 결국 미국에도 막대한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테슬라 간 계약이 향후 협상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 소장은 “머스크가 관세 협상 발표 전 삼성전자와의 계약 체결을 공개한 점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영향으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따져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