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2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전반적인 실적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예상됐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수처리 관련 사업부를 매각해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섰고, 금호석유화학도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협력, 그린 비즈니스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각오도 엿보인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적자·손실·감소"… 화학 업계 실적 우려

증권가는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이 약 2900~2800억원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으며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7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약 1400~1900억원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가는 이미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 기록이 유력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오는 3분기에도 1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수지 개선 등으로 770~83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했으나 그럼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든 수준을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급락과 수요 약세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를 초래한 주요 요인으로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이 꼽힌다.

중국이 자국 내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며 세계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국내 업계의 해외 시장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NCC(나프타분해시설) 가동률 역시 대폭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한 중국과 유럽의 소비 둔화는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를 불러왔다. 국내 수요 감소도 심화돼 완제품과 소비재, 소재용 수요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원.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원. 사진=금호석유화학

‘그린 비즈니스’로 활로 찾는 석유화학 업계

시장이 어렵지만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각오다. 국내 주요 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화학제품 투자, 전지소재, 재활용 소재 사업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범용제품 중심 구조를 탈피해 고기능성 플라스틱, 탄소나노튜브(CNT) 등 차별화된 제품군 매출 비증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화학적 재활용 페트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최근에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협약 체결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환경표지 인증 적합원료 공급망에 참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장기적인 연구개발(R&D) 중심 체제 구축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친환경합성고무(SSBR) 연구를 위한 기술 확보와 환경 규제 대응까지 나서며 그린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일찍이 그린 비즈니스를 펼친 SK케미칼은 석유화학 업계에서 유일한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분기 SK케미칼의 그린케미칼 부문에서만 455억원의 영업익을 올린 ‘코폴리에스터(Copolyester)’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기반 고기능 리사이클 플라스틱인 코폴리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내화학성, 내열성, 투명도가 높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수요가 높다. 전 세계에서 코폴리를 상업화한 2곳의 기업 중 하나가 SK케미칼이라는 점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정부 개입 본격화, 석화업계에도 빛 들어오나

정부가 자원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기업들의 그린 비즈니스 확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담아 올해 안으로 탈(脫)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원을 무한히 소비만 하는 일방향 경제구조를 순환형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며 “플라스틱·전자전기제품 제조·수입자의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저감, 자원 순환 구조 전환, 플라스틱·전기전자제품의 재활용 확대 등 제도 변화가 깊은 불황에 빠진 화학업에 신사업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 대응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 신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언급돼 왔으나 그간 소극적이었던 정부 개입으로 인해 구조적인 기반이 마련되지 못 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화학-최근 석유화학 주가 강세, 그 배경에 대한 짧은 소고’ 보고서를 통해 “2025년을 기점으로 국내 화학산업 구조조정 움직임 출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부가 적극적 개입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자발적, 비자발적 구조 개편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