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낮았던 사우디 시장이 정부 정책과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신흥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779대에서 지난해 2만4092대로 급증해 299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간 80만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여전히 낮지만 급격한 성장세가 글로벌 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BYD는 가장 공격적인 시장 진출을 보이고 있다. BYD사우디 제롬 사이고 전무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복잡한 시장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며 시장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BYD는 현재 운영 중인 3개 매장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7개 매장을 추가해 올해 5000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도 지난 4월 리야드에 첫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개소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섰다.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는 첫 해외 생산기지인 AMP-2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자국 브랜드도 등장했다. 첫 전기차 브랜드 시어는 중국 폭스콘과 합작투자로 165억 사우디리얄 규모의 생산공장을 구축 중이다. 연간 17만대 생산 가능한 이 공장은 2026년 첫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시장 2위 지위를 바탕으로 전기차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사우디에서 토요타 다음 2위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기아는 3위로 합산 점유율 24.4%를 차지했다. 지난 5월 착공한 사우디 생산법인(HMMME) 공장에서는 내년 4분기부터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비전 2030' 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억780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전기차 인프라 개발에 200억달러를 투입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50억달러 이상의 생산시설을 유치했다.
충전 인프라 확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 전력공사는 5억 사우디 리얄을 투입해 2025년 말까지 1000개 지역에 3500개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충전소는 2022년 150개에서 지난해 1000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1년 두바이 경찰에 제네시스 GV80 순찰차를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G80 전동화 모델까지 지원했다. 기아는 두바이에서 세계 최초로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중동 픽업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의 대거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가형 전기차로 무장한 BYD와 프리미엄 브랜드 테슬라·루시드, 그리고 정부 지원을 받는 시어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쟁탈전이 예상된다.
사이고 전무는 "우리는 연간 5000대 혹은 1만대의 차량 생산에 머무르려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