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전문의는 현재 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및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바탕으로, 의료와 사람,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간다.
※김진오 전문의는 현재 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및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바탕으로, 의료와 사람,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간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AI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언론은 매일 AI의 성과를 전하고, 기업은 앞다퉈 AI 전략을 세우며, 개인은 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생활과 산업 전반을 바꾸는 변곡점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AI가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학습하고 판단하는 시대입니다.

의료 분야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효율 개선을 넘어, 의료 행위 자체를 다시 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폐질환을 판독하는 AI,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AI, 중환자실에서 심정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끈 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소통 문제를 생성형 챗봇이 보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진료가 끝나고 나서야 질문이 떠오르는 환자. 의사의 말보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더 믿는 시대. 이 모든 상황에서, 생성형 AI는 환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고,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가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GPT 모델이 요약한 진료노트가 의사가 작성한 것보다 더 완결성 있고 정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와 위험도 함께 고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의료 적용에서는 객관성과 윤리성, 신뢰성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이나 드문 질환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AI의 판단도 쉽게 빗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 의료의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 옆에 서는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미래의 제 진료실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바쁜 외래 시간, 밀려드는 기록 업무, 궁금한 게 많지만 결국 묻지 못하고 돌아서는 환자들. 그 모든 순간들 사이에서 AI가 조용히 옆에 앉아, 기록을 대신 정리해 주고, 환자의 말에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도와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물론, 그 역할을 잘하도록 우리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때 말입니다. 칼도 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흉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은 그저 지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AI와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그 기술을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 지성. 그리고, 기술이 넘볼 수 없는 인간성. 이 셋을 잘 버무리는 사람이, 앞으로의 인류가 아닐까요.

셔터스톡
셔터스톡

 


※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 외과 원장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매일 만나며,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진료실 밖에서는 35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뉴헤어 프로젝트’, 블로그 ‘대머리블로그’, 저서 ‘참을 수 없는 모발의 가벼움’ · ‘모발학-Hairology’ 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현재 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및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학·의료 정책·사람에 관한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간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