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교육박람회장 한가운데서 한국 학생들이 부스를 직접 운영하며 자신들의 교육 철학을 전 세계 교육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교사가 아닌 학생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해외 방문객들과 소통하는 이 낯설지만 강력한 풍경은 인공지능(AI) 시대 교육의 미래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대안교육기관 거꾸로캠퍼스가 지난 7월 2일부터 4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2025 Learning & Teaching Expo’에 공식 초청받아 참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AI 시대 교육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 전 세계 교육자와 정책 관계자들이 모이는 권위 있는 자리다.
거꾸로캠퍼스는 이번 행사에서 단순한 참가자를 넘어 교육 혁신의 실질적인 주체로 주목받았다. 김민수 이나린 이다경 등 재학생 3명이 주도한 부스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모델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장이 됐다. 박수연 팀장은 ‘교장 컨퍼런스’의 패널토론 좌장을 맡아 글로벌 혁신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행사의 정점은 발표 세션이었다. 이정백 교장이 ‘학습자에서 리더로: AI 시대의 학생 주도성’을 주제로 거꾸로캠퍼스의 교육 철학과 실제 수업 사례를 발표하자 현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곧이어 학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김민수 군은 ‘넘어지며 배우고 실패 속에서 성장한 이야기’를 통해 주체적으로 삶을 설계해 온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해 교육 관계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학생 주도성의 철학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졌다. 거꾸로캠퍼스는 박람회 주최 기관인 Smart City Consortium과 2026년 박람회에서 열릴 ‘Kids AI Summit’의 공동 기획 및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는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학생들이 미래 교육 프로그램의 수동적 참여자를 넘어 핵심 기획자와 운영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Kids AI Summit’은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직접 공유하는 무대로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은 이 국제적인 행사를 직접 설계하며 AI 시대를 이끌어갈 역량을 증명하게 된다.
이정백 교장은 “AI가 일상화된 지금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거꾸로캠퍼스가 실천하고 있는 교육 혁신 사례를 국제 무대에서 공유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밝혔다.
획일적인 입시 위주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는 한국 교육계에 거꾸로캠퍼스의 이번 행보는 작지만 의미 있는 파장을 던지고 있다. 지식 암기가 아닌 문제 해결 능력과 주도성을 갖춘 인재가 미래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교실 밖 국제 무대에서 스스로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