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자사주 의무소각 입법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도 관련 제도 후속 로드맵 검토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은 9일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김 의원은 모 경제지와의 통화에서 "자사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며 "스톡옵션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자사주를 전면 소각하도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며, 기존 보유 자사주도 유예기간 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임직원 보상 등 예외 목적의 자사주 보유는 주주총회 승인을 조건으로 허용된다.
전일에는 민주당과 금융위원회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관련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제도적 유인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민주당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는 기업이 자기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는 것으로, 의결권은 없지만 우호 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
민주당은 자사주가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재계는 "국내에는 자사주 외에 실질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요국은 자사주 외에도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두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국내에 없는 제도가 포함돼 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대주주가 가진 주식에 일반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황금주 역시 이에 해당한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영 중이다.
쿠팡은 2021년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미국 증시를 택해 상장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은 주당 29개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김 의장은 10% 미만의 지분으로 전체 의결권의 70% 이상을 행사할 수 있다.
포이즌필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활용되는 제도다.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부여해 적대적 세력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경영권 공격에 포이즌필을 발동해 기존 주주에게 시가 대비 50% 할인된 가격에 주식 매수 권리를 부여했다.
경제계는 자사주 의무소각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자사주 의무소각까지 병행되면 경영권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 이른바 밸류업에 대해 반기고 있는 증권가에서조차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지면 유망한 기업은 국내 대신 해외에 상장하려는 유인이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