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자영업자들의 실적 전망이 상반기에 비해서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불황의 터널'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음식점업, 숙박업, 도·소매업, 기타서비스업 등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영업자 25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자영업자 매출 감소폭(전년 동기 대비)은 7.7%로 전망됐다.

다행히 상반기 매출 감소폭 15.2%(전년 동기 대비)보다 7.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시민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시민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2024년 상반기에 비해 증가했다는 응답은 23.2%에 그쳤으며, 감소폭은 평균 15.2%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났다는 응답이 23.2%에 불과했으며, 감소폭은 평균 15.3%로 나타났다.

다만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하반기 사업전망에 대해서도 자영업자 과반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9.0%,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37.8%로 상반기에 비해 늘었지만 자영업자들이 예상하는 올해 하반기 매출액과 순이익의 평균 감소폭은 각각 7.7%, 8.0%로 올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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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경영비용은 원자재·재료비(22.4%), 인건비(22.3%), 임차료(18.2%), 대출상환 원리금(13.0%) 순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농축수산물 등 원자재 물가 상승이 누적되면서 자영업자의 원재료 조달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추정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금액은 1억360만원, 월 이자 부담액은 81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토대로 산출한 연평균 금리는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예금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4.5%이고 소액대출 금리가 6.8%인 점을 감안할 때,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융 부담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인근 주유소 폐업 간판. 사진=최진홍 기자
인근 주유소 폐업 간판. 사진=최진홍 기자

자영업자 열 명 중 네 명 이상(43.6%)은 향후 3년 이내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고려하게 된 주요 이유로는 영업실적 지속 악화(28.2%),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17.0%), 자금사정 악화 및 이자 등 대출상환 부담(15.1%) 등의 순으로 꼽았다.

최근 가장 큰 경영 애로를 묻는 문항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 감소(36.2%),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부재료 매입비 부담(25.1%), 임차료 상승 및 각종 수수료·세금 부담(11.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증대를 위한 대책으로 소상공인 사업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한도 확대(30.0%), 지역별 소규모 골목상권 육성(17.1%), 소상공인 전용 디지털플랫폼 구축 및 공공판로 확대(14.3%) 등을 꼽았다.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거리의 상권들이 폐업을 하거나 문을 닫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거리의 상권들이 폐업을 하거나 문을 닫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세금 납부 유예 등 세제지원 강화(22.2%), 원부자재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한 가격 안정화(20.7%), 상가임대차 보호대상 확대 및 임대료 지원 강화(18.7%)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가계 소비심리 위축, 구조적 내수 부진으로 인해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경영·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