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49만 9000개에 달하는 기업이 AI를 도입했으며 이는 매분마다 새로운 기업 하나가 AI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48%로 전년도 40%에서 크게 뛰었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응답 기업의 79%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으며, 이를 통해 주당 평균 13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데이터 분석 및 보고(59%), 일상 업무 자동화(49%), 고객 서비스 개선(34%)과 같은 분야에서 생산성 증대가 두드러졌다. 더 나아가 AI 도입 기업의 절반 이상(56%)은 매출이 평균 21% 증가했다고 답해, AI가 단순한 비용 절감 도구를 넘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을 입증했다.

문제는 역설의 그림자다. 화려한 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깊이 있는 질적 성장이 동반되지 못하는 'AI 패러독스'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의뢰하고 스트랜드 파트너스가 수행해 4일 발표한 '2025년 한국의 AI 잠재력 실현' 보고서는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지만, 표면적인 도입률에 취해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AI 3대 강국으로 나아가려는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하는 메시지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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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중 구조'… 혁신 개척하는 스타트업, 현상 유지하는 대기업
보고서가 가장 날카롭게 지적하는 문제는 기업 규모에 따라 AI 활용 수준이 극명하게 갈리는 'AI 이중 구조(two-tier)' 현상이다. 

먼저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자 혁신의 심장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의 70%는 사업 전반에 어떤 방식으로든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 중 32%가 복잡한 작업을 위해 여러 AI 도구를 결합하거나 자체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가장 진보되고 정교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AI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21%에 달했다.

혁신의 중심에는 AWS와 같은 클라우드 인프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AWS의 AI/ML 서비스인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를 활용해 LLM '솔라 프로'의 훈련 과정을 간소화하고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나아가 AWS 인프라 위에서 독자적인 스케일링 방법을 구현하여 비용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LLM 리더보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후 아마존 베드록 마켓플레이스(Amazon Bedrock Marketplace)와 AWS 마켓플레이스(AWS Marketplace) 등 여러 AWS 플랫폼에 모델을 출시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

멀티모달 AI 전문 스타트업 '트웰브랩스' 역시 AWS 위에서 혁신을 가속화했다. 대규모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모델 훈련을 위해 중단 없는 훈련이 가능한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하이퍼팟(Amazon SageMaker HyperPod)을 활용, 훈련 속도를 10% 향상시키고 비용은 15% 이상 절감했다. 이들은 아마존 베드록에 자사 모델을 통합한 최초의 한국 기업으로서, AWS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의 AI 활용은 아직 보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의 69%는 효율성 증대나 프로세스 간소화와 같은 점진적 이득을 얻기 위한 기본적인 수준의 AI 도입에 그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혁신 사례도 존재한다. LG AI연구원은 AWS를 활용해 암 진단 AI 모델 '엑사원패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모델 훈련에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데이터 저장을 위해 아마존 S3, 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해 아마존 FSx for Lustre를 활용해 2주가 걸리던 유전자 검사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했다. 60일에 달하던 모델 훈련 시간은 1주일로 줄었고 데이터 관리 비용은 35%, 데이터 준비 시간은 95%나 절감했다. 

대기업 역시 클라우드 기반의 민첩한 개발 환경을 통해 혁신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대세는 아니다. 아직 많은 대기업에게는 보편화되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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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AI 잠재력을 옭아매는 '3대 족쇄'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AI를 통해 더 높이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는 세 가지 구조적인 장벽을 지목했다.

첫째, 심각한 '디지털 기술 격차'다. "기술도 있고 비전도 있지만, 이를 실현할 AI 전문 인재를 찾을 수 없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이 현실이다. 기술 인력 부족은 기업의 43%가 AI 도입 및 확장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은 문제다. 향후 39%의 기업이 AI 리터러시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30%의 기업만이 현재의 기술력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둘째, '자금 및 지원 접근성' 문제다. 기업의 67%는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이 AI 도입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성장의 변곡점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벤처 캐피탈에 대한 접근성(45%)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답했다. 심각한 문제라는 뜻이다.

셋째, 안개처럼 불확실한 '규제 환경'이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요구사항과 명확한 지침의 부재로 인해 AI 규제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규제 불확실성은 기업의 기술 지출 중 23%를 규정 준수 관련 비용으로 쓰게 만드는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 중 51%만 한국 AI 기본법과 향후 제정될 하위 규정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한다고 응답했으며, AI 기본법에 따른 잠재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기업은 응답 기업 중 4분의 1인 29%에 불과했다.

제안된 법안을 알고 있는 기업 중 48%는 이 법안이 AI 배포 및 사용에 대한 보다 명확한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며 39%는 책임 있는 AI 개발을 장려할 것이라고 밝히며 명확하고 성장 및 혁신을 지원하는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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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AI… 민간의 역할과 국가적 과제
보고서는 한국이 AI 잠재력을 완전히 꽃피우기 위해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이 세 가지 핵심 조치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확하고 혁신 친화적인 규제 환경 조성 ▲산업별 맞춤형 기술 역량 강화 및 자금 조달 장벽 제거 ▲공공 부문의 선도적인 AI 도입을 통한 기술 현대화가 그것이다.

과제 해결을 위해 민간 부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AWS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WS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7조 85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투자는 국내 총생산(GDP)에 약 15조 6천억 원을 기여하고 연평균 1만23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AI 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2023년 10월 출범한 'AWS 코리아 생성형 AI 프로그램'은 국내 파운데이션 모델 제공업체에 총 68억 9000만 원 상당의 AWS 크레딧을 제공하여 모델 구축과 확장을 지원한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AWS는 케이비인베스트먼트, 새한창업투자와 함께 스타트업에 최대 2억 7천만 원의 AWS 크레딧과 교육, 멘토링을 제공하는 공동 가속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KISED)과 함께하는 'AWS 정글 프로그램'을 통해 뉴럴 서킷, 델바인 같은 잠재적 유니콘들에게 최대 3억 원의 지원금과 클라우드 크레딧, 기술 멘토링을 제공하며 성장을 돕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술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도 AWS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부터 AWS 스킬 빌더, AWS 에듀케이트, AWS 리스타트 등의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서 30만 명 이상의 개인에게 클라우드 기술을 교육했다. 특히 'AWS 리스타트' 프로그램은 메가존클라우드와 같은 파트너와 협력하여 졸업생들을 신한DS, 채널코퍼레이션 등 국내 유수 기업과의 채용 면접 기회로 직접 연결해주며 실질적인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AI 기반 혁신의 여정에서 중차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폭발적인 도입률이라는 강력한 모멘텀을 확보했지만, 그 이면의 불균형적 발전과 기초적인 활용 수준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AI를 쓰는가'라는 양적 질문에서 벗어나 '우리가 AI로 무엇을 혁신하고 있는가'라는 질적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3대 장벽을 넘어서는 목표 지향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초기 도입의 열기를 산업 전반의 깊이 있는 전략적 통합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한국은 AI 시대를 선도하는 진정한 'AI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