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내용이 담긴 2차 추경안을 공개했다. 정부안이 국회 심사를 통과할 경우, 가전제품 구매 시 1인당 최대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액의 10%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관련 업계는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 비슷한 정책의 효과를 봤던 만큼 이번 추경안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평년보다 높은 여름 더위가 이어지며 올해 여름 가전 유통기업들의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10% 환급

‘롯데하이마트 고덕점’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고덕점’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수 진작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TV, 에어컨 등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구매가의 10%를 환급해 주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제2회 정부 추경 예산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총 4956억원 규모의 산업부 관련 사업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에 드는 비용은 3261억원으로 산업부 2차 추경 전체 예산의 65.8%에 해당한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최대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 대금의 10%를 환급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환급 대상 품목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제습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TV 등 11개 품목으로 품목에 따라 1등급~3등급까지 지원된다. 지원 대상은 전 국민이며 신혼부부가 정부가 지정한 품목으로 혼수를 마련할 경우, 최대 6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정책 시행 시점은 7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된 이후인 7월 중순쯤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앞서 2020년에도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 된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산 제품의 효율 등급 라벨, 제조번호 명판, 거래내역서, 영수증 등을 구비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환급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3000억원 규모의 예산은 조기에 소진됐으며 221만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실제, 해당 사업은 실제 내수 진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조사 결과, 사업이 시행된 2020년 5월에서 7월까지 가전제품 소매 판매율을 각각 12.7%, 24.7%, 12.5% 성장했다. 같은 해 4월 6.7%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추경의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추경안 편성액의 경우 지난번보다 약 9% 증가한 수준으로 예정돼 있어 관련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환급 대상 품목 중 가장 많은 신청 건수를 기록한 품목은 ▲세탁기(21.2%)였으며 ▲전기밥솥(17.9%) ▲냉장고(15.4%) ▲에어컨(12.3%) ▲TV(12.3%) 등이 뒤를 이었다.

가전양판점 업계 ‘수혜’ 예상

사진=롯데하이마트
사진=롯데하이마트

추경안이 통과될 경우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 유통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해당 가전양판점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전 수요 감소, 온라인 유통의 성장 등의 영향으로 불황기를 보내고 있어 환급 정책이 더욱 반갑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가전제품 소매 판매 성장률은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에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매장 수도 매년 줄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9년 최고 점포 수인 466개 점포를 기록한 이후 매장 효율화 작업을 거쳐 지난달 399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현재 모두 84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자랜드의 점포가 100개 이하로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며 여행, 뷰티 산업으로 소비가 몰리며 가전 유통은 지금까지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라면서 “환급 제도를 시행할 경우, 가전 바꾸기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구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전 업계 관계자는 “환급 제도와 관련해서 프로모션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라면서도 “아직 시행령이 떨어지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모션은 환급 대상 가전에 추가 할인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평년을 웃도는 더위와 습한 날씨도 가전양판점 업계의 매출 증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아울러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9∼21도·최고 25∼29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 가전에 대한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올해는 260만대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에어컨 판매를 기록한 2018년 이후 7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통상적으로 가전업계에서는 에어컨 교체 주기를 7~10년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가전 업계 관계자는 “3~4일 전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며 관련 매출이 늘고 있다”라며 “에어컨은 별도의 홍보보다도 더위가 판매에 팔 할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이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남성현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이후 계절적 특성이 뚜렷해지고 있고, 고마진 비중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익 성장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