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 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만기 30년 이내 축소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여신한도 6억원 제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실행 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부과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으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급등기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23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오르며 2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지난주 0.36%보다 더 커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비강남권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6월 넷째 주 성동구와 마포구의 상승률은 각각 0.99%, 0.98%로 1%에 육박하며 2012년 5월 집계 시작 이래 최대를 나타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꺼냈다. 집값이 급등했던 2019년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대출을 전면 금지한 적은 있지만 주담대 한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 수십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는 것을 막겠다는 조치다.

이번 고강도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5월 기준 13억4543만원이다. 대출 제한으로 7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수요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실거주 이외 목적시 대출규제라는 맥락에서 기존 정책 방향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다주택자에게는 어떤 목적이든 대출을 전면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규제강화가 이뤄지면 거래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시장이 관망세로 전환되기도 해 단기적인 효과가 일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장기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물가안정과 같은 경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능가하는 강력한 여신규제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급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5~6월 과열 양상을 보였던 한강 벨트 주거지 내 아파트 거래량도 숨을 고를 전망"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가하지 않아도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실거주하는 조치가 함께 이뤄지면서 사실상 갭투자를 막는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집값이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 잡히지 않고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 때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지만 그때도 집값이 잡히지 않았다"며 "내년부터 공급절벽이 오기 때문에 단순히 대출을 막았다고 집값이 잡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제경 소장은 집값을 잡기 위해선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제경 소장은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이유가 소위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영향인데 이번 규제도 또 다른 다주택자 규제의 일환”이라며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을 깨기 위해서는 주택 수에 대한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