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년보다 더운 여름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유통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유난히 덥고 많은 강수량에 따라 작황 부진이 이어지며 사과, 배추 등의 가격이 폭등했던 ‘금사과’, ‘금배추’ 현상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데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북 지역의 대형산불과 늦봄 우박 등 악재가 겹친 만큼 과일, 채소 등 밥상 물가를 책임지는 신선식품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이에 유통업계는 이윤을 줄이고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덥고 습한’ 여름에 농수산물 가격 오를 전망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생산량이 23만6000t(톤)으로 평년보다 24.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은 ‘농업관측 6월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여름 배추 재배 면적이 3418㏊(헥타르)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8.8%, 23.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연작 피해, 선출 발생으로 인한 휴경, 기온 상승에 의한 재배 어려움 등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높은 가격으로 ‘금사과’ 대란을 일으킨 사과도 예외는 아니다. 농경연 조사 결과 전국 사과 착과수는 저온으로 인한 개화량 감소로 지난해 대비 6.8% 줄었다. 특히, 올해는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지역 산불로 수급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산불로 피해를 본 안동·청송·의성·영양·영덕 5개 시·군 사과 재배 면적은 전국 사과 재배 면적(3만3000㏊)의 28%가량(9362㏊)에 달한다.
문제는 이상 기후로 배추와 사과 이외의 품종들의 생산량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50조Kcal(킬로칼로리)에 해당하는 식량이 줄어든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옥수수와 밀을 중심으로 작물 생산량이 지역에 따라 최대 40%까지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연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부가 지난 2020년 퍼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2020’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식인 쌀의 경우 강수량 증가에 따른 일조 부족으로 수량 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고온 불임과 고온해로 인한 수량성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온대과수인 사과는 온난화에 따라 재배 적지가 북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열대 기후대 증가로 재배 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가격도 자연스레 오른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해 고온과 가뭄으로 여름 배추 생육이 부진하며 생산량이 줄자 소매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치솟은 바 있다. 이에 당시 소비자뿐 아니라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기업도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이 발생했던 지난 4월 사과 가격도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중순 기준 전국도매시장 1kg당 사과 가격은 6830원으로 평년 같은 시기 대비 2795원(69%) 뛰었다.
‘가격 방어’ 위해 대형마트·이커머스 등 총출동

잇따른 농수산물 물가 인상 예고 전망에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홈쇼핑 등도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물량을 저장하는 한편, 이윤을 줄이거나 산지 직송 등을 통한 유통 단계 단축 등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대형마트의 경우 이윤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방어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계란의 납품가가 10~20% 오른 상황임에도 물가 안정 기여를 위해 ‘특란 30구’의 가격을 8000원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해당 상품의 가격을 2년째 동결했으며,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가격을 각각 5.3%, 6.7% 인상하며 7000원 대 가격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계란의 물량 수급은 2021년 고병원성 AI 확산 당시처럼 어려운 수준이지만, 농가 확대와 협력사 재고 확보를 통해 미납되는 부분없이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물가 안정 기여 차원에서 마진을 투자해 판매가를 7000원 대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물량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쿠팡 프레시는 최근 사과 80t(톤)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급하는 저장 사과는 지난해 가을 수확한 상품으로 저온 저장을 통해 신선도를 유지해 왔다. 쿠팡 측은 최근 사과 중도매가 가격이 평년 대비 급등하자 협력 농장인 디에스푸즈와 협업해 저장 사과를 긴급 방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프레시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쿠팡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도 가격 방어에 나선다. GS더프레시는 최근 고수온으로 수산물 시세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대비해 산지 직거래 네트워크를 활용해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GS더프레시 측은 그동안 수산 MD가 제주, 부산, 여수 등 전국 어촌을 방문해 어민들의 조업 현황과 생산량을 파악해 산지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계절과 어획량, 기상 여건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되는 수산물 시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산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김경진 GS리테일 신선MD부문장은 “GS더프레시는 그동안 구축해 온 산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갈치, 전복, 장어를 공급해 여름철 밥상 물가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라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산지 직거래 확대를 통해 고객들에게 고품질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