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1조26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다. 7분기 만의 흑자 전환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차세대 시장의 기술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과거(LCD)를 팔아 미래(OLED)를 사는’ 고강도 체질 개선을 거쳐온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 전략을 재무, 경쟁, 기술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26조 투자, ‘선택과 집중’의 방점
지난 17일 의결된 1조 2600억 원의 신규 투자는 2027년 6월까지 파주 사업장의 OLED 패널 및 모듈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 투입된다. 구체적으로는 저소비전력, 고해상도를 구현하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고 증가하는 프리미엄 제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반 시설 확충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이번 투자는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필연적 귀결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CD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1% 성장에 그치는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OLED 시장은 연평균 5%의 견조한 성장세로 2028년 약 100조 원(686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이번 투자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대금이 유입되는 시점과 맞물려 저수익 자산을 정리한 실탄을 미래 핵심 기술에 재투자하는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치로 증명된 턴어라운드 시나리오, 경쟁과 기술의 전선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은 수치와 경쟁, 그리고 기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수치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은 그 자체로 대형 패널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지만, 동시에 혹독한 재무적 시련과도 함께했다. 실제로 2023년 2조 5102억 원의 영업손실과 307.7%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은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다는 평가다.
다행히 어둠의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4년 4분기(830억 원)와 2025년 1분기(335억 원) 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시장에 턴어라운드의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025년 연간 흑자 전환을 점치고 있다. 먼저 ‘비용 구조의 혁신적 개선’이 의미심장하다. 과거 막대한 적자의 주범이었던 대규모 설비의 감가상각이 2025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 연간 약 8000억 원의 고정비가 절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WOLED TV 사업의 손익분기점을 크게 낮추는 결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재무 건전성 회복’도 무리없이 진행될 조짐이다. 실제로 광저우 공장 매각을 통해 확보한 약 2.2조 원의 현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돼 이자 비용을 줄이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 리스크 없이 미래 투자를 집행할 체력을 확보하게 해준다.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재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 전체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48%에서 2025년 7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LCD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IT, 차량용 등 고수익 제품군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질적 성장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OLED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LG디스플레이에게 큰 힘이 되어줄 전망이다.
여기에 경쟁의 역학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앞길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라는 두 거인이 버티고 있다. 기술력과 자본의 ‘삼성’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BOE’ 사이에서 치열한 이중 전선에 임하고 있다는 뜻이다.
차세대 격전지인 8.6세대 IT용 OLED 투자가 대표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1조 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애플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옥사이드(Oxide)’ TFT 기술로 2026년 양산을 준비 중이다. 반면 BOE는 삼성의 세 배에 달하는 11~12조 원을 투입,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 TFT 기술로 월 3.2만 장이라는 압도적 물량을 예고하며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속도를 내는 동안 LG디스플레이는 ‘계산된 지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스크도 우려하지만 당장의 재무적 부담과 함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확실한 수요처(애플)의 약속’을 확보한 뒤 최적의 시점에 투자하겠다는 고도의 수읽기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적과의 동침’도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100만 대 이상의 WOLED 패널을 구매하며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턴어라운드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다만 험난한 경쟁 환경을 돌파할 LG디스플레이의 궁극적 무기는 바로 ‘기술력’이다.

특히 ‘차량용 OLED’는 가장 밝게 빛나는 성장 엔진이다. LG디스플레이는 10인치 이상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024년 기준 점유율 26.5%로 4년 연속 세계 1위를 수성했다. 유연한 ‘P-OLED’로 프리미엄 시장을, 유리 기판을 사용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ATO(Advanced Thin OLED)’로 중저가 시장까지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2019년 양산 초기 LTPS LCD 대비 5배 비쌌던 차량용 OLED 원가를 현재 2배 이하로 낮춘 것은 기술적 성과를 잘 보여준다는 펴아다. 그리고 회사는 차량용 매출 중 OLED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꿈의 기술’이라 불리는 ‘청색 인광(PHOLED)’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패널의 성능 검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는 미국 UDC와의 협력 성과로, 기존 대비 소비전력을 20~25% 절감할 수 있어 모바일·IT 기기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로 평가받는다. 2025~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독점 특허까지 확보하며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