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산 배분 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위험자산과 대체투자 비중이 낮고, 국내 투자에 편중된 구조가 수익률 제고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을 주제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자산 운용의 방향성과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진규 한국증권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연금자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국가 소득 재분배와 국민 삶의 질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금 운용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초고령사회와 100세 시대를 맞아 연금체계의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며 “연금자산의 적극적인 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산운용업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도 “고령화·저출산이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더해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금 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내 자산 편중을 피하고 유연한 운용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해외 사무소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00만 명이 가입한 국민연금과 4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은 우리 사회 노후보장의 핵심 제도지만, 여전히 연금만으로는 노인 생활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과 운용 전략의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위험자산 비중은 46%에 그쳐 캐나다 CPPI(74.5%), 미국 캘퍼스(71.1%)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대체투자 비중 역시 16.6%로, 캐나다(59.0%), 네덜란드(33.2%) 등 주요 연기금에 비해 보수적인 운용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연금자산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TPA(Total Portfolio Approach)’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TPA는 자산군 간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보다는 목표 수익과 위험 수준에 따라 자산을 통합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는 “TPA를 도입한 기관들은 연평균 수익률이 0.5~1%포인트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2023년 8월 기준 TPA 도입 기관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비도입 기관보다 1.4%포인트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률이 높은 글로벌 연기금은 공통적으로 높은 위험자산과 대체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역시 현재의 56% 수준에서 이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자산군별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올해 1단계로 대체자산 부문에 기준 포트폴리오 접근이 도입됐으며, 이를 주식·채권 등으로 확장해 유연한 자산운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장기 자산배분 방향성과 전략이 지나치게 공개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적 거래로 인해 불필요한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투명성을 높이되, 외부 공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