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매주 확대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마포·양천 등 비강남권까지 확산되면서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 해소와 대출 규제 전 막차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구상이지만 상승폭 확대가 이어지면서 규제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6월 둘째 주(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6% 올랐다. 이는 지난해 8월 넷째 주(8월 26일 기준, 0.26% 상승)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구별로는 송파구가 전주 대비 0.71%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구(0.51%)와 서초구(0.45%)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주목할 점은 상승세가 강남권뿐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동구(0.47%), 마포구(0.45%), 용산구(0.43%)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양천구(0.31%), 강동구(0.5%), 동작구(0.39%) 등도 평균을 넘어섰다.

최근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101㎡는 지난 7일 3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실거래가(28억8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올랐다. 마포구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59㎡도 지난 3일 20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단지 위주로 매도 희망 가격이 상승하고 상승 거래가 체결되는 등 서울 전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5월 첫째 주 0.08%였던 상승률은 0.10%, 0.13%, 0.16%, 0.19%로 연이어 확대되며 6월 둘째 주에는 0.26%까지 치솟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16일 기준 7010건을 기록했다. 토허제 해제로 매수세가 몰렸던 3월(1만226건)과 약 3000건 차이에 불과하다.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8000건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2월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에서 해제하자 0.25%까지 올랐다. 이후 서울시가 토허제를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로 확대 재지정하면서 4월에는 0.0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토허제 해제 당시 수준을 넘어서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새 정부 출범 기대감과 더불어 금리 인하, 7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전 막차 수요 등이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서초 유세에서 “앞으로 민주당 부동산 정책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 가격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시장을 존중해 누르면 누를수록 올라오는 이상한 현상은 유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본격 반영되고 있다"며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서울 등 주요 지역 상승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력 있는 수요층들이 주거 선호도 높은 고가지역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효과에 대한 내성이 커지고 마포, 성동, 과천 등에서는 규제지역으로 새롭게 추가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매수하려는 움직임들도 가세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당장은 세금 규제보다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규제지역 지정을 통해 대응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보이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부동산시장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열고 “투기·시장교란 행위나 심리 불안으로 인한 가수요 등이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망라해서 검토하겠다”며 “실수요자 보호, 서민 주거안정 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