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와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와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을 2주가량 앞둔 시점,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특히 올해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최저임금 협상인 만큼, 향후 최저임금 협상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여 이목이 더욱 쏠린다. 이러한 상황 속 인건비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의 긴장감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내수 부진, C커머스 공습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6년도 최저임금, 동결 vs 인상?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17일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를 이어간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인 29일까지 노사의 입장 차가 얼마나 좁혀질지 주목된다.

현시점, 경영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한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서울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4.7% 올린 시급 1만1500원(월 환산 240만3500원)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역대 최저임금 중 동결되거나 삭감된 사례는 한 번도 없는 만큼 2026년 최저임금은 올해(2025년) 최저임금인 1만30원에서 1만15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의 긴장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유통업의 경우 노동집약적 업종이라는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인건비가 차지하는 크고 비정규직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이 인상 시 고정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특히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한국 진출로 업황이 어려운 와중이어서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기업들은 올해 가장 우려하는 현안으로 ‘최저임금 인상’(47.2%)을 꼽았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기업이 속한 서비스업 회원사의 36.8%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업 단축, 고용 축소 등의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필수적인 편의점업계의 타격이 크다. 구체적으로 편의점업계의 양대 산맥인 GS25와 CU 점포 중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점포의 수는 지난 3년간 소폭 증가했다. GS25의 24시간 미운영 점포 비중은 ▲2022년 21.0% ▲2023년 21.2% ▲2024년 23.6%이며, 같은 기간 CU는 ▲2022년 16.3% ▲2023년 16.3% ▲2024년 17.0%로 집계됐다.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의 수도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고용동향 브리프 3호’에 따르면 4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0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1만5000명으로 11% 늘었다. 특히, 고용원이 5인 미만인 고용주는 2024년 이후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타임에 2명씩 아르바이트를 쓰던 지점들도 지금은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1인 경영이나 가족 경영을 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라며 “최저임금 상승폭만큼은 본인이 메꾸겠다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저임금 보장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라면서도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1만3000원~4000원 선인데, 그걸 자영업자들이 알아서 감당하는 것은 가혹하다”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현실화 하나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근로자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근로자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폭과 함께 17일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 경영계는 편의점과 음식점 등 저임금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안은 지난해 노동계의 반대와 공익위원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된 바 있다.

올해도 구도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어려운 업황 등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와 난도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와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기업보다도 자영업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라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반면, 정부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이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무인점포 등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도 최저임금의 영향으로부터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주휴수당 폐지 혹은 업종별 차등적용 등으로 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2026년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도급제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는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공익위원들은 “도급제 직종의 특성과 임금체계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충분하지 않다”라며 정부에 추가 연구를 요청했다. 이에 해당 사안은 2027년 최저임금 심의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